[김정은 공포정치] 北 현영철 처형 전말… ‘별’들이 보는 앞에서 대공화기 동원 ‘잔혹’

입력 2015-05-14 02:36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지난해 10월 7일 북한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고사총을 이용해 공개처형이 집행되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같은 해 10월 16일 촬영된 위성사진으로 고사총과 처형 대상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도 지난달 30일쯤 이곳에서 공개 처형됐다.
“별들이 보는 앞에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

5월 초 국가정보원에 배달된 첩보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피의 숙청 대상이 됐다는 첩보를 받고 국정원은 교차 검증에 나섰다. 곧 평양 순안구역에 위치한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됐다는 첩보도 입수됐다. 반역죄라는 죄명도 들려왔다.

국정원은 13일 “다양한 출처에 의해 첩보를 받았고 수일에 걸쳐 검증을 했다”며 “숙청은 확실하고, 처형은 상당히 무게감 있는 첩보”라고 국회 정보위 긴급 간담회에서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 부장 숙청 시기를 지난달 30일쯤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 부장은 지난달 27∼2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도 29일 현 부장의 참석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30일 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 행사에 불참했고,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처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모란봉악단 공연 직후 체포됐다고 하더라도 처형까지 사흘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현 부장은 당 정치국의 처형 결정이나 재판 진행에 대한 발표도 없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2012년 2월 7일)은 당 정치국이 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2013년 12월)은 재판을 통해 이뤄졌다. 국정원은 “체포일 사흘 내 전격적으로 처형이 이뤄진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현 부장이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으로 끌려갔고 장교 수백명이 처형 장면을 지켜봤다는 첩보의 신빙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처형에 사용된 고사총은 대공화기로 우리의 벌컨포와 비슷하다. 장성택 처형 때도 사용됐는데, 북한은 당시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수십발을 발사했고, 다시 화염방사기로 흔적을 없앴다고 한다.

처형의 원인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불경·불충에 따른 반역죄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은 모란봉악단 공연 직전(4월 24∼25일) 열린 훈련일꾼대회에서 김 제1비서가 연설하는 도중 그가 조는 듯한 모습이 공개된 게 결정적 숙청 사유가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훈련일꾼대회는 인민군 훈련을 담당하는 1만5000명이 참석한 대형 행사였고, 현 부장은 황병서 군 정치국장과 함께 단상 첫째 줄에 앉았다. 노동신문은 26일 1면에 훈련일꾼대회를 보도하면서 현 부장이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내보냈다. 졸고 있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는 사진이었다.

김 제1비서는 모든 간부의 동향을 일일이 체크하는데 현 부장이 조는 듯한 모습이 적발된 것이다. 현 부장은 김 제1비서의 지시를 몇 차례 불이행하고, 말대꾸를 하거나 불만도 표출했다고 한다. 이는 이른바 ‘유일영도 10대 원칙’에도 위배된다. 제3조 김 제1비서의 권위 훼손죄, 제5조는 당의 방침과 지시에 대한 집행 태만죄, 제6조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모시는 척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선 위해함)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다만 “북한 기록영화에 지난 5일까지 현 부장의 모습이 나온 만큼 예후를 좀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숙청 사유는 앞으로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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