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가 평양을 지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원로 측근들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거나 숙청하면서 북한이 두려움의 사회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기존 권력층의 판도를 흔들고 유일 영도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역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제1비서의 칼날은 뜬금도 없고, 친인척과 측근도 가리지 않는다. 숙청 카드를 내밀어도 항상 일정한 방향성을 지녔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과 비교해 보면 선명하게 대조되는 특징이다.
33세라는 어린 나이의 그에게 처형된 지도부급 인사가 현재까지 무려 70명에 달한다. 이번에는 자신의 손으로 출세가도에 올렸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잔혹한 방법으로 공개 총살했다.
국가정보원은 13일 북한군 서열 2위인 현 부장이 최근 반역죄로 숙청됐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평양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현 부장이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조는 모습이 적발됐으며, 김 제1비서의 지시에 대꾸하고 불이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시대’에 총살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31명, 올해 8명이나 됐다. 아버지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것에 비해도 엄청난 숫자다. 김 제1비서는 체제 유지의 핵심 계층인 이들에게조차 “나를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공포의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김정은은 2013년 ‘3대 세습’의 일등공신이던 고모부 장성택을 현 부장과 같은 명목 아래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했다. 직전 해에는 김 위원장 운구차를 자신과 함께 지키던 이영호 군 총참모장을 같은 죄목으로 처형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군뿐 아니라 내각과 경제부처, 당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라도 반기를 들면 가차없이 ‘숙청→처형’ 카드를 내밀었다.
국정원은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 중앙당 과장이나 지방당 비서 등 중간간부들까지 처형당한다”며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간첩죄, 심지어 자신의 지시와 정책 추진에 대한 이견 제시나 불만 토로조차 극형으로 다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의 공포정치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최대 불안정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금 당장은 겁에 질린 기득권층의 충성심을 얻어내겠지만 오히려 이들의 반발과 저항, 분노를 일으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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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4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