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후보 출신인 김모(44·여)씨는 2008년 개인레슨 클럽을 열었다. 초·중·고교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국내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가 50여명에 불과한 탓에 해외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은 김씨는 유명인사였다.
클럽에는 명문대 체육학과 특기생 입학과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꿈꾸는 학생 15∼2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 다이빙풀에서 김씨의 지도를 받았다. 학부모 고모(43·여)씨와 마모(42·여)씨의 중학생 딸들도 이 클럽에 속해 있었다.
3년 뒤인 2011년 김씨는 대한수영연맹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상임이사로 위촉됐다. 이듬해에는 수영연맹 이사회 자문기구인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위원장, 경기력향상위원회·시설위원회·선수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여기에다 경기 심판장까지 꿰찼다.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 추천, 선발 심의, 징계 의결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국내 대회의 심판 신청 접수와 배정 권한도 김씨 손에 들어왔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혼자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이즈음부터 김씨는 고씨와 마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국제대회 대표선수 선발, 대학 체육특기생 입학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두 학부모는 딸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2012년 한 해 동안 7차례에 걸쳐 1억900만원을 건넸다. 고씨와 마씨의 딸들은 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잇따라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김씨는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씨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윽박질러 12차례에 걸쳐 7130만원을 추가로 뜯어내기도 했다.
욕심은 끝이 없었다. 김씨는 2011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다른 학부모 2명으로부터 “명문 체육대에 특기생으로 입학하려면 교수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16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2012년 6월에는 전직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코치에게 ‘윗선 인사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경찰서는 배임수재와 사기, 공갈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학부모 고씨와 마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에게 돈을 준 학부모의 자녀 대다수는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고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종목 특성 때문에 심판진 구성권을 지닌 김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받았지만 개인레슨비와 작품비, 활동비 명목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수영연맹 윗선으로 상납이 이뤄졌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돈 내야 태극마크”…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머들 늘 미소 짓지만 남몰래 눈물
입력 2015-05-14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