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독성 가장 높다는데… ‘선상 카지노’ 괜찮을까

입력 2015-05-14 02:17

정부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카지노 중독성이 사행산업 중 가장 높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상 카지노가 더 큰 도박으로 입문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적 크루즈선의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 발표 이후 선상 카지노의 사행성, 도박 중독성 논란이 일자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크루즈는 종일 카지노를 하는 겜블링 크루즈가 아니라 이동시간에만 카지노가 개장하는 관광 크루즈”라면서 “한국과 일본 영해에서는 카지노 운영을 하지 못해 실제 카지노 운영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도박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올해 초 내놓은 ‘2014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보고서의 유병률 조사결과를 보면 카지노는 중독성이 가장 높은 사행산업이다. 유병률은 모집단에서 도박 중독자(중위험·문제성 도박자)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추정치를 말한다. 사감위가 경마,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복권 이용객의 유병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카지노 이용객의 유병률은 61.8%로 가장 높았다. 보통 중독성이 높다고 인식되는 경마(49.1%)나 경륜(39.9%)보다 훨씬 높았다. 운영 시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카지노의 중독성은 다른 사행산업보다 높은 것이다.

중독성이 높은 만큼 ‘1회 베팅 상한금액 초과 구입 경험’이 있는 비율도 카지노가 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이용객의 연간 카지노 지출 비용은 2341만원이었다. 경마, 경륜이 500만∼1000만원인 데 비하면 월등히 높은 액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크루즈 전체 수입 중 20∼50%를 카지노 수입이 차지한다. 정부가 지난해 국적 크루즈 출범을 추진하면서 수익성 논리를 내세우며 카지노 설치를 강력히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강원랜드와 같은 일반 카지노에 비해 선상 카지노의 중독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는 “선상 카지노에서 재미로 해본 도박 경험이 강원랜드 같은 더 큰 규모의 카지노로 빠져드는 ‘입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카지노는 복권처럼 소액으로 여러 번 하는 식이 아니라 적은 빈도로 큰 금액을 지출하는 종류의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선상 카지노에서 한번의 경험이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