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백승주] 우리 군, 북한 SLBM 대비해 왔다

입력 2015-05-14 00:11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극심한 생활고를 외면하고, 모든 종류의 탄도탄 개발 중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1695, 1718, 1874, 2087, 2094)을 무시하고, SLBM(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사출시험을 단행했다. 무기공학적으로 SLBM 개발을 위해서는 지상 미사일과 달리 잠수 중에 발사하기 때문에 미사일은 케이스에 담긴 채 잠수함에서 수면 위 10여 m로 우선 사출돼야 하고, 사출된 짧은 시간에 엔진을 점화해 목표물로 향해 군사적 기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출 기술이 선행되어야 하고, 전력화되기 위해서는 발사 당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고 탄도탄을 탑재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의 사출시험은 SLBM 전력화로 가는 초기 개발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SLBM이 전력화되면 고도의 은밀 기동이 가능한 잠수함 전력의 특징을 고려할 때 한반도 전역은 물론 우리 동맹국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게 된다. 더구나 북한이 집착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탑재 능력이 병행 발전한다면 북한의 도발 역량은 크게 증대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안보적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SLBM이 전력화될 경우 우리 군이 발전시켜 온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체계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군이 북한의 SLBM 개발에 소홀히 대비해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핵심 전제는 우리 군이 그간 북한이 갖고 있는 지상 미사일 발사시설, 요격체제에 대비를 집중해왔기 때문에 잠수함에서 발사한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첫째, 킬 체인 전력의 핵심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설을 선제 파괴하는 데 있다. 우리가 킬 체인 개념 속에 발전시키는 미사일 전력들은 필요시 북한의 잠수함 기지와 관련 시설들을 파괴하는 데 그대로 사용될 것이다. 둘째, 우리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KAMD의 정보자산들은 SLBM을 추적하는 데 그대로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바닷속 잠수함을 100% 탐지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잠수함사령부를 설치하는 등 우리 잠수함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키고 있다. 셋째,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연합 방위전력들은 우리의 킬 체인, KAMD와 창조적으로 결합해 운용되어 북의 전술적 위협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군은 북한의 SLBM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우리 군에도 과제는 있다.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킬 체인과 KAMD를 2020년대 초반에 완성하려는 중기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구축한 전력도 있지만 향후 구축해야 할 군비증강 과제가 많다. 이런 국방과제들을 군은 차질 없이 진행해갈 것이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국방자원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간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해갈 것이다.

대부분 국가들은 전략무기 개발을 비밀로 한다. 북한은 SLBM 사출시험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전략적 이유는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핵무기 체계 완성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북한은 군사적 힘을 과시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우리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먹혀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첩경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 군의 입장을 신뢰해 주는데 있다. 군 역시 국민들의 믿음, 기대에 부응하는 군사적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