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감히”… 숙청 주원인은 ‘불경죄’

입력 2015-05-14 02:49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간부들을 숙청하는 주된 이유는 ‘불경죄’다.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석에서 불만을 토로한 경우는 물론, 자신이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졸거나 비딱한 자세를 취했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처형하는 식이다. 개인 비리나 여자 문제로 처형을 당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사석에서 김 제1비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그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북한 공안 당국에 의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으로 지난달 말 김 제1비서가 주재한 ‘군 훈련일꾼대회’에서 그가 눈을 감고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불충’ 혐의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에 대한 이런 무자비한 처형은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처형된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 중인 ‘과학기술전당’ 설계에 대해 김 제1비서에 이견을 제기한 데 이어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관련해서도 사석에서 “전기가 부족해 공사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임업성 부상 또한 김 제1비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산림복구사업에 대해 불평하다 지난 1월 처형됐으며, 김 제1비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은 대외 군사협력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제시했다가 역시 지난 1월 숙청됐다.

앞서 2013년 12월 전격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내각의 경제사업 방해’ ‘부정부패 및 타락행위’ 등의 혐의를 받았지만, 김 제1비서가 주재한 회의에서 한눈을 팔고 삐딱한 자세를 취한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통치방식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이전부터 실무경험을 쌓아온 덕에 조직 장악력이 높아 공포보다는 카리스마로 간부들을 장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젊은 나이에 급작스럽게 집권한 김 제1비서는 통치 기반이 부족한 탓에 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간부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에 갈수록 의존하는 모양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