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10대 분야 재정개혁안을 발표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재정개혁을 하되 절감된 재원은 취약계층 등 꼭 필요한 곳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재정건전성 강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지방재정 개혁, 정부 연구·개발(R&D) 혁신, 복지재정 효율화 등 각종 대책을 망라해 놓은 만큼 기본적인 방향이야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재정의 양대 축 가운데 세수 확충 방안이 없어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의문이다. 갈수록 복지 수요가 늘어날 게 뻔한 상황이라 재정 누수를 막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증세에 부정적이지만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친 증세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전체의 48%에 달하는 ‘면세 근로소득자’들이 적절한 세금을 부담토록 하는 방안이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근 언급한 법인세 등 조세 문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증세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계속 고집하려면 현 정부 출범 후 발표한 공약가계부(지출 규모 135조원)라도 조정하는 게 순리다. 경기 부진 등으로 매년 세수가 펑크나는 현실임에도 ‘대통령의 약속’이라서 한 번도 손질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이번 전략회의에서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해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방재정 악화 우려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부가 책임지지 못하겠다면 공약가계부라 하더라도 ‘플랜B’를 마련하는 게 정상적이다.
일부 대책은 재탕이거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년 고용절벽’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이 청년 채용을 늘릴 경우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노동개혁에 관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마당이라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근원적 대책도 아니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 대치로 난관에 부닥쳐 있다. 정부가 전방위 재정개혁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갈 길이 먼 까닭이다.
[사설] 금과옥조 공약가계부라도 현실성 없으면 바꿔야
입력 2015-05-14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