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포정치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고모부 장성택 처형을 신호탄으로 김정은 체제에선 숙청과 총살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김정은의 광기 때문이다. 북한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광기의 희생양이 됐다.
국가정보원은 13일 현영철이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위반한 죄목으로 지난달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지시에 말대꾸를 하고, 김정은 연설 도중 조는 등 불충과 불경으로 의심을 살 만한 언행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을 재판도 거치지 않고 대공화기인 고사총을 사용해 잔혹하게 처형했다. 명색이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들 상식의 잣대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
김정은이 2011년 집권한 이후 총살한 간부가 무려 70여명에 이른다. 장성택, 이영호 같은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이고 중앙당 과장, 지방당 비서 등 중간간부들도 잘못 걸리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차관급인 임업성 부상 등 올 들어서만 벌써 고위직 15명이 처형됐다. 아버지 김정일도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김정일은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하는 데 그쳤다.
김정은이 이처럼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아버지와 달리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고모부마저 총살시킨 마당에 믿을 사람이 절대 부족하니 끊임없이 주변을 감시하고, 조금만 낌새가 이상하면 가까운 측근이라도 사형에 처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유일영도’인 김정은이라도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간부들 사이에서도 내심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예정됐던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불참한 것도 북한 내부의 이상 징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체제 불안은 우리에게도 걱정거리다. 가뜩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집단이 북한인데 체제까지 불안정하면 한반도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 역시 이런 상태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단시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러면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도발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북한의 이상 징후가 급변사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나 이를 포함한 모든 경우의 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관련기사 보기]
[사설] 개혁·개방은커녕 공포정치 펴는 북한을 우려한다
입력 2015-05-14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