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 제도를 도입했다. 바로 경기 촉진(스피드업) 규정이다. KBO는 “빠른 야구는 팬들이 경기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지만 ‘지루한 야구’는 팬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스피드업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KBO는 의도한 대로 스피드업 효과를 봤다. 12일 현재 170경기를 치르면서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 16분으로 지난 시즌 3시간 27분에서 11분이 줄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고 있는 한화 이글스 때문이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경기시간이 가장 길다. 평균 3시간 32분으로 가장 짧게 경기를 하는 삼성 라이온즈와는 무려 23분이나 차이가 난다. 한화와 많이 만난 팀들의 평균 경기시간도 덩달아 늘었다. 현재 한화 다음으로 경기시간이 긴 구단은 3시간 18분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다. 다른 팀들이 한화와 두, 세 번 만났다면 롯데는 한화와 6번의 경기를 치렀고 두산도 5번 만났다. KIA만 한화와 단 2경기를 치렀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기시간이 길다=재미없는 경기’라는 단순 도식으로 스피드업을 만든 KBO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 경기는 길어도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화는 선발과 불펜에 상관없이 투수를 교체하고 끊임없이 희생번트를 대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한 경기 평균 투수 기용이 5.29명으로 10개 팀 중 가장 많고 희생번트도 43번으로 2위 LG(28번)를 한참 앞서 있다. 1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한화는 투수 8명을 투입해 1점차 승리를 거뒀다.
한화 팬인 나지영(33·여)씨는 “작년엔 초반에 점수를 내주면 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지고 있어도 언젠가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 끝까지 경기장을 지킨다. 경기시간이 길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들도 한화 경기를 중계하려고 한다.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 파크는 벌써 8번의 매진을 기록했다. 원정을 나서면 홈팀보다 더 많은 관중을 모으기도 한다.
야구 관계자는 “야구의 재미는 시간보다 내용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경기시간은 클리닝 타임(5회 후 그라운드 정비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조절하면 된다. 내용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경기시간 길면 재미없다고?… 최장 경기 한화, 흥행 돌풍
입력 2015-05-14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