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맞서는 내용을 담아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웹툰 ‘송곳’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규석(38·사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젊은 친구들도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며 “목표가 이뤄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은 2008년부터 기획돼 2013년 12월 세상에 나왔다. 지난 3월까지 마무리된 3부작을 이번에 3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그는 ‘대한민국 원주민’ ‘100도씨’ 등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고발성 짙은 작품을 출간해 왔다. 그는 “마음 한 구석에 노동 문제를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짐처럼 있었다”고 했다.
송곳은 대형마트 ‘푸르미’에서 부당해고 지시를 받은 이수인 부장과 노동운동가 구고신의 이야기를 그린다. “부당해고는 불법”이라는 말을 삼키지 못해 직장 안에서 ‘송곳’처럼 튀어나오게 된 수인과 냉철한 고신이 노동조합을 결성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 노동 현실을 집어내고 풍자한다. 최 작가는 수인의 캐릭터를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을 보며, 고신은 노동운동가 하종강 교수 등 여러 인물을 섞어 표현했다고 했다.
“보통 노동운동가는 넉살 좋은 캐릭터가 많아요. 저는 그 관계적 운동에서 벗어나 정의에 몰두해 노조를 이끌어 나가는 수인을 앞세웠어요. 이런 리더십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작품 속에는 소심한 시민, 노동운동 이미지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 일색이다. 연재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송곳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한 회 차에만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이라는 분이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일을 시작할 땐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시간이 흐르고 보니 노측은 자신에게 거칠게 욕하고 사측은 친절하게 대하면서 초심이 흔들리더래요. 첫 마음을 되새기게 됐다는 글이었어요. 간혹 노조 간부의 자녀들이 우리 부모님이 뭘 하시는 분인지 웹툰을 보고 알게 됐다고 할 땐 기분이 좋아요.”
최 작가는 다음 달부터 4부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 봄쯤 5부작으로 연재를 끝내고 싶다던 그는 “주인공들이 파업을 겪은 뒤 내용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품은 영화화를 위한 판권 계약은 이미 마쳤고 드라마 제작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사회적 색채가 빠질 수 없을 것”이라며 “훌륭하지 않은, 강직하지 않은 사람이 사회의 억압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직장인들의 교과서’ 웹툰 ‘미생’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묻자 농담을 곁들였다.
“회사 생활이 참을 만할 때는 미생을 보고, 상황이 좀 더 안 좋아질 때는 송곳을 보면 되겠네요.”(웃음)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젊은 세대에 노동문제 일깨우고 싶었죠… 인기 웹툰 ‘송곳’ 단행본으로 펴낸 최규석
입력 2015-05-14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