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광형] ‘어벤져스2’ 한국 홍보효과는?

입력 2015-05-14 00:20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 2’는 12일까지 952만여명을 모았다. 평일 하루에 7만명, 주말에는 15만명 정도가 보고 있으니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천만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 2’가 한국에서 흥행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서울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이 한몫을 했다. 이 영화의 총 상영시간 141분 가운데 서울에서 촬영된 분량은 7분가량의 전투 장면을 포함해 20분 안팎이다. 할리우드 영화이고 한국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촬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지 않은 분량이다.

제작진은 지난해 3월 말부터 16일간 서울 강남대로, 마포대교, 세빛섬, 상암동, 청담대교, 문래동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진 방한 당시 국내 기관들의 촬영 지원은 전폭적이었다. 촬영 기간 마포대교, 월드컵북로 등 도로가 통제됐고 촬영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의 노선이 조정되기도 했다. 낮에 촬영하는 곳을 새벽부터 통제한다는 원성도 샀다.

하지만 서울 장면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떠들썩했던 국내 촬영 지원에 비해 한국 홍보 효과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촬영 당시 국내 촬영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제작진이 쓰는 비용과 국내 고용,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 등으로 876억원으로 추산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직접 효과 4000억원, 브랜드 제고를 포함한 장기적 효과를 2조원으로 예상했다. 이 영화는 영진위가 운영하는 ‘외국 영상물 국내 로케이션’ 사업에 선정돼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지원받았다. 국내 제작비는 1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제작진이 국내에서 쓰는 제작비의 20∼30%를 환급받게 된다. 최대 30억원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관광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도로 액션 장면이나 지하철 장면의 배경으로 활용된 서울의 모습이 최첨단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도시를 때려 부수는 장면으로 광고 효과를 노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어벤져스의 활약상에 서울이 감초로 이용되고 들러리를 선 꼴이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더구나 싹쓸이 스크린 확보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영화는 지난달 23일 개봉 때 전국에 1808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현재 118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어벤져스 2’ 말고는 보고 싶어도 볼 영화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이 부지기수다.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이 몰려드는 영화를 되도록 많이 틀고 싶겠지만 정도가 심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장의 스크린 싹쓸이는 운운할 게 못된다. 하지만 지난해 ‘명량’ 때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제재를 가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다양성 영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잘 되는 영화에만 우르르 몰려드는 국내 관객의 취향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어벤져스 2’가 한국에서 지금까지 번 돈은 808억5689만원에 달한다. 영화계는 ‘아바타’가 세운 외화 최고 흥행기록(1330만명)을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외화 신기록을 세우는 건 시간문제다. 관객들이 난리치는 가운데 함박웃음을 짓는 쪽은 할리우드 영화사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관광 홍보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