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지난 12일 포털 사이트를 하루 종일 뜨겁게 달군 유명 인사 2명이 있습니다. 빅토르 안(29·사진 왼쪽)과 스티브 유(39·오른쪽)입니다.
이들은 활동 분야도, 나잇대도 달라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 자라 현재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점,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올랐었다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평판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건 그들이 외국인의 삶을 선택한 계기의 차이 때문입니다. 먼저 빅토르 안을 볼까요. 안현수였던 그는 현재까지 세계 쇼트트랙 남자부에서 최다 메달을 획득(55개)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쇼트트랙 황제’입니다. 하지만 2010년 12월 빅토르 안은 소속팀이 해체된 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2011년 8월 17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했죠. 그가 귀화라는 힘든 선택을 하기까지에는 정부의 열악한 지원과 한국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있었습니다. 국가의 홀대가 뛰어난 인재를 나라 밖으로 쫓아낸 셈이었죠. 그 뒤로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는 11일에 방영된 MBC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습니다.
스티브 유는 조금 다릅니다. 그는 1997년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혜성같이 데뷔했죠. 이후 많은 히트곡을 내놓으며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현역으로 입대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2002년에 돌연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병무청은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 유승준의 한국 입국을 영구 금지시켰습니다. 유승준은 지금 홍콩의 영화배우 청룽이 대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C그룹 인터내셔널 소속 배우로 중화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는 19일 아프리카TV를 통해 홍콩에서 인터넷 생중계로 인터뷰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13년 전의 잘못으로 유승준에게만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 유승준은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국에선 찬밥 신세가 돼 어쩔 수 없이 국적을 버린 안 선수와 제 욕심에 국민의 의무를 버리고 외국인이 된 유승준. 이 두 명의 ‘이방인’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빅토르 안’·‘스티브 유’… 국적포기 두 이방인 향한 두 가지 시선
입력 2015-05-14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