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스페인·1881∼1973)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스위스·1901∼1966)는 현대미술의 양대 산맥이다. 입체파 창시자인 피카소는 극단적인 단순함과 기하학적인 표현으로 각광을 받았다. 초현실파 조각가 자코메티는 골격만 앙상하게 남은 키 큰 인체, 비정상적으로 큰 발을 표현한 작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두 거장은 1922년부터 파리에서 교류하며 현대미술의 주류를 이끌었다. 하지만 자코메티가 피카소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자코메티는 피카소의 연인 ‘도라 마르’ 초상화 작품에 대해서는 “반 고흐를 서툴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피카소를 ‘모방 화가’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이들의 경쟁은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다. 역대 경매 가격 ‘톱10’에는 피카소의 그림이 4점, 자코메티의 조각상이 3점 올라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미술 경매장에서 나왔다.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이 1억7935만5000달러(약 1965억원)에 낙찰됐고 몇 분 뒤 자코메티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는 1억4130만 달러(약 1548억원)에 팔렸다. 단숨에 역대 가격 랭킹 1, 3위를 기록한 것이다.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1억4240만 달러)의 주인공 프랜시스 베이컨(영국)을 2위로 밀어내고 ‘미술계 제왕’ 자리에 복귀한 피카소는 이밖에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1억648만 달러·5위) ‘파이프를 든 소년’(1억416만 달러·7위) ‘고양이를 안고 있는 도라 마르’(9521만 달러·10위) 등을 톱10에 올려놓고 있다. 조각가 중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게 된 자코메티도 ‘걷는 남자’(1억393만 달러·8위) ‘전차’(1억96만 달러·9위)를 10위 안에 진입시켰다.
두 거장의 유작들을 두고 벌이는 ‘쩐의 전쟁’은 14일에도 예고돼 있다. 이번에는 누가 웃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피카소와 자코메티
입력 2015-05-1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