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03 미국월드컵 때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B조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에 0대 3으로 참패한 뒤 프랑스엔 0대 1로 당했다. 노르웨이에는 무려 1대 7로 무너졌다. 그랬던 한국이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이번엔 다르다. 6월 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15 캐나다월드컵에 출전하는 ‘윤덕여호’는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사상 첫 승리와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남미·유럽 축구 넘어야 16강 간다=E조에 속한 한국(FIFA 랭킹 18위)은 브라질(7위), 코스타리카(37위), 스페인(14위) 등과 조별리그에서 차례로 맞붙는다. ‘윤덕여호’는 3팀의 전력을 파악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맞춤훈련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여자 축구에서도 강호로 군림하고 있다. 2007년 중국 대회에선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개인기가 뛰어나다. 체력과 파워도 좋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해진다. 특히 경기 장악 능력이 뛰어나 한번 골을 터뜨리면 무섭게 몰아쳐 소나기골을 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수세에 놓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비 때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코스타리카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것도 다득점으로 승리해야 16강 진출이 용이해진다. 체격이 작은 코스타리카 중앙 수비수들은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장신 스트라이커 박은선(29·180㎝·로시얀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월드컵 본선에 오른 스페인 여자 대표팀도 남자 대표팀과 유사한 축구를 한다. 남자 대표팀처럼 점유율 축구와 ‘티키타카(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 가는 전술)’를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공간 활용 능력이 수준급이다. 한국은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경기를 쉽게 풀어 갈 수 있다.
◇16강 이끌 태극낭자들은 누구?=한국의 최대 장점은 탄탄한 조직력이다. 태극전사들은 각급 연령 대표팀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발을 맞춰 왔다. 공격 선봉엔 지소연과 박은선이 선다. 한국인 여자 축구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인 슈퍼리그(WSL)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지소연은 13일 파주 NFC에서 가볍게 몸을 푼 뒤 “예선에서 강팀을 만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나의 첫 월드컵인 만큼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최고의 기량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은선은 지소연과 환상의 투톱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지소연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상대의 허를 찌를 카드가 바로 박은선이다. 17세 때 막내로 미국월드컵을 경험한 박은선은 이번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미드필더에선 전가을(27)과 조소현(27·이상 현대제철)이 버티고 있다. 전가을은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측면에, 조소현은 수비에 치중하기 위해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허리 싸움에서 둘의 역할은 막중하다.
미국월드컵에서 무더기 골을 먹은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는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여자 대표님은 20일 미국으로 출국, 31일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달 4일 결전지 캐나다에 입성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집중분석] ‘지메시’ 있음에 윤덕여號 16강 넘본다… 2015 캐나다월드컵 내달 7일 개막
입력 2015-05-14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