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맘에도 없는 1인실… 입원비 걱정에 애타는 보호자들

입력 2015-05-18 02:32

암병동 간호사와 보호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병실 문제다. 입원하고서 하루, 이틀만 2인실을 사용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다인실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문 모씨도 입원 당일부터 다른 환자들처럼 예외 없이 2인실을 배정받았다. 바로 다인실 변경요청을 넣어놓았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변경된다는 소식이 없다. 1인실의 하루 병실료는 40∼50만원, 2인실은 20∼30만원, 5인실 또는 6인실인 다인실은 하루 1∼2만원 꼴이다. 병실료 차이가 크다.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암환자들에게 병실비는 수술비 못지않게 부담이 되는 항목이다.

다인실 변경을 위해 간호사들에게 사정하는 경우, 또는 과일이나 음료수를 들고 찾아가 친밀감을 표시하는 경우 등 그 모양새가 다양하다. 반대로 엄포를 놓는 보호자들도 있다. 그만큼 병실은 보호자들에게 스트레스, 골칫거리다.

이런 환자의 부담을 인식한 정부는 6인실에만 적용되던 건강보험이 4인실까지 확대 적용했다. 또 대형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을 전체 병실의 70% 수준까지 확대해 일반 병실 부족으로 인해 원치 않은 1∼2인실 입원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보호자들은 이런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다인실에서 만난 후두암환자의 보호자는 보름 만에 2인실에서 5인실로 변경됐다고 말한다. 입원비만 300만원이 넘게 나왔다며 푸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려대학교 윤석준 교수팀은 상급병실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입원환자 1만 명과 1461개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서울의 대형병원 상위 5곳의 2인실 비중은 61.6%로, 일반병실이 부족해 상급병실로 입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급병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약 3일(2.8일)정도 소요됐으며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약 60%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보호자를 포함해 열 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는 다인실을 찾아가보니 그곳의 모두가 상급병실을 거치고 왔다고 한다.

일반병상 부족은 상위 종합병원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대해 정책 입안자는 만약 일반병상이 많아지고, 지금보다 대형병원의 문턱이 더 낮아지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과 장기입원환자 문제 등 의료전달체계를 망가뜨리는 요소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수술비, 검사비 외에 입원비 압박에 신음하는 암환자들이 많다. 대장암 환자 보호자 박모씨는 “당장 수술을 해야 돼서 1인실로 들어왔는데, 수술날짜가 미뤄진다는 소리에 입원비부터 걱정됐다. 우리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해서 병실 배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