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야기-젤코리] 2차치료제로 사용해야 건보적용… 폐암환자 큰 충격

입력 2015-05-18 02:16
#신명수(가명)씨는 2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말기 폐암 진단을 받은 후 담당 주치의 권유에 따라 ‘잴코리’라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매달 1000만 원씩 지불하고 2년 동안 복용했다. 민간보험이 없는 환자는 약값을 아들과 딸들이 감당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도무지 금액이 감당되지 않아서 의사의 권유로 하루에 한 알만 먹고 있다. 약이 매우 고가임에도 굳이 잴코리를 복용한 이유는 종양내과 교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5%만 부담하게 될 것이고 조만간 제약사와 보건당국 간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5월 1일부터 폐암치료제 잴코리가 건강보험 적용돼 한 달 약값 중 5%만 부담하면 된다고 밝혀, 환자들은 안심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잴코리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1차 치료제로 이 약을 사용한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1년 약제비만 1억2000만원이 들어가는 잴코리 치료제. 정부의 건강보험약제 등재 여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배해 환자와 그 가족들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갔다. 그런 와중에 올해부터 정부에서 잴코리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환자들은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 약물은 2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문제는 1차 치료제로 잴코리만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정부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값비싼 항암제를 100% 본인 부담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폐암 환자의 가족은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생존을 위해 값비싼 잴코리를 장기간 복용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 말기 폐암 환자의 경우 의사가 권유한 대로 폐암치료제 잴코리를 지난 2년간 2억4000만원 넘는 비용을 주고 복용했다”며 “치료성적도 좋아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건보 적용이 되기만을 기다렸던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부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한 경우에는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잴코리가 건강보험 약제로 등재된 5월 1일 기준으로 했을 경우, 그 이전에 이 약제를 자기 돈으로 복용해 왔고 효과를 보아 온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가 여부이다. 안 대표는 “주치의가 다른 약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다가 2차 치료제로 잴코리를 처방했다면 5월부터 건강보험 적용돼 저렴한 비용으로 복용할 수 있었을 텐데 확실치 않은 방법을 권해서 상황이 이렇게 돼 버렸다”며 “환자는 의사의 처방대로만 했을 뿐인데 모든 책임을 환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건강보험 급여 고시일을 기준으로 잴코리를 1차 또는 2차 치료제로 썼던 환자들에게 치료효과가 있고 검증됐다면 건강보험을 적용해 해당 환자를 구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