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3개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던 심장스텐트 시술의 개수 제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사라졌다. 심장 스텐트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힌 경우, 관상동맥 내에 심어서 혈관을 지속적으로 넓혀주는 시술재료를 말한다.
개수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심장스텐트를 4개 이상 시술 받는 환자들도 치료비가 19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약 180만원이 절감된다. 단 조건이 붙었다. 관상동맥우회술(CABG), 즉 수술이 권장되는 중증의 관상동맥 질환에 대해서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두 진료과의 통합진료를 통해 스텐트시술(PCI)과 관상동맥우회술 중 어떤 치료방법이 더 우월한지 판단한 뒤 최종 보험 적용이 결정된다. 가령, 4개 이상 시술받는 환자가 흉부외과로부터 CABG가 권장된다는 진찰결과를 받았으나 스텐트 시술을 고집할 경우,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다. 단 스텐트 시술을 해도 좋다는 결과가 나오면 4개 이상이어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스텐트 시술의 진단 권한을 심장내과가 아닌 흉부외과가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 두 과는 충돌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고시안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이 반발하면서 시행방침이 6개월 뒤로 유보됐다. 지난 5개월 동안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두 과는 각자의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시행령의 변화와 고수를 위해 각각의 움직임을 보였다. 심장학회는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복지부의 꼼수”라며 “흉부외과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인 불합리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흉부외과 의사들로 구성된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흉부외과와 협진해야 할 환자군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촌각을 다투는 급성 관상동맥질환은 논외 대상이며, 지나치게 잦은 스텐트 시술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고시안에 따르면 협진 환자 대상은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질환(좌주관상동맥의 협착부위 이하에 부행순환이나 우회로가 없어서 협착부위 이하 심근에 혈류공급을 할 수 없는 상태) △다혈관 질환(3혈관 질환 또는 근위부 좌전하행혈관 병변이 있는 2혈관 질환)이다. 이에 대해 윤정섭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종합병원 한 달 PCI 건수가 50례라고 가정했을 때, 협진이 필요한 경우는 10건에 지나지 않는다. 협진이 의무화돼서 혼란을 초래할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다혈관 질환이나 좌주관상동맥질환에서 스텐트 시술(PCI)보다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장기간 예후 면에서 더 좋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승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협진이다. 협진은 의학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 환자가 각각의 전문가들로부터 관상동맥우회술과 스텐트 시술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환자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관상동맥질환자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협진이라는 좋은 의료시스템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흉부심장혈관학회 관계자는 “심장학회는 고시에서 ‘협진’이란 부분을 빼달라고 요구한다. 법으로 강제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뢰를 잃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PCI시술 연간 시행건수는 OECD 평균의 4배 이상이다. 스텐트 시술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이번 고시안에 대해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의 반발이 컸다. 이들 병원은 협진이란 과정 때문에 평균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관상동맥 질환자가 이 시간 동안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오히려 외과의사 없는 병원에서 무리하게 스텐트 시술을 시행할 경우가 더 위험하다”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보험 적용되는 스텐트 개수를 무제한으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과잉 치료, 도덕적 해이 등을 바로잡기 위해 통합진료 형태를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심장스텐트 시술 건보적용 확대… ‘통합진료’ 조건에 시술권한 둘러싸고 심장내과-흉부외과 갈등
입력 2015-05-18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