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미국·벨기에도 역학조사 “상관없음” 결론… 원전주변 거주인들 높은 검진율에 주목해야

입력 2015-05-18 02:02
김종순 전 대한갑상선학회장은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 공동 학술대회 기간에 기고문을 통해 “현재까지 정상 운영 중인 원전 주변 주변에 대한 국외의 역학조사에서 원전의 영향으로 갑상선암이 발생한다는 사례가 보고 된 바 없으며 주민이 갑상선암으로 소송을 내지도 않았고 원전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62개의 원자력시설을 가진 미국도 국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주에는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시설이 들어서있다. 1988년 미국 의회의 지시 하에 미국보건부 산하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핸포드 원자력시설에서 방출된 방사선요오드피폭으로 주변주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했는지를 알아보는 역학조사를 펼쳤다. 결론은 핸포드 원전시설 주변지역의 갑상선질환 발병률이 타지역 어떤 갑상선 질환 발병률보다 더 높다는 증거가 없었다.

미국에서 한차례 더 비슷한 조사가 진행됐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학교는 미국 65개 원전 주변 지역을 15마일 이내, 15∼30마일 이내, 30∼40마일 이내로 나눠 각각의 갑상선암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원전으로부터의 거리와 갑상선암 발생의 유의미한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다.

벨기에 공중보건과학연구소와 정부원자력통제기관은 벨기에 4곳의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과 이 국가와 인접한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을 조사한 결과, 원전 반경 20km이내에서 갑상선암 발생증가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나라 밖 이런 상황에 대해 정준기 서울대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원전을 많이 운영해 왔던 여러 선진국에서 역학 조사가 있었으나 원전과 갑상선암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결과는 접해 보지 못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65개 원전 시설 주변 주민에게 실시한 대규모 역학조사에서도 암위험도의 증가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주변 거주 주민의 검진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종순 전 대한갑상선학회 회장은 “원전주변지역 주민은 타지역(원거리 비교지역)에 비해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의료검진 혜택이 많으므로 갑상선암 발병률이 증가했을 것이다. 이를 학회에서는 집중검진 효과(Screening effect)라고 부른다. 경찰을 동원해 열심히 도둑을 잡았다 해서 그 지역을 우범지역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국수력자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원전주변 울타리 경계지역에 주민이 거주한다는 가정으로 아무리 최대한으로 추정해도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은 한해 0.0286 mSv 미만이며, 이는 미국에 비행기로 한번 왕복했을 때 받는 선량인 0.1mSv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지역마다 국가마다 노출되는 자연방사선량은 다르다. 우리나라가 연간 3 mSv인데 반해 브라질 과라파리시는 연평균 10 mSv(최대 788.4 mSv)로서 훨씬 높은 자연방사선량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 조차도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