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령대 폐암4기 환자 두 분이 있습니다. 암의 진행정도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한 분은 희망적으로 치료 중이지만 나머지 한 분은 돌아가셨습니다. 차이는 그동안 ‘식사를 얼마나 제대로 했는가’에 있습니다.”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정순 교수는 비슷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치료결과를 보여준 두 환자의 사례를 보여주며 ‘무조건 잘 먹는 것’이 암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보여줬다. 극단적인 사례였지만, 결코 드물지 않다고 강조했다.
“영양상태가 좋은 암환자는 체중과 근육량의 손실이 적어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피로감을 덜 느끼고 치료반응도 좋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례 중 결과가 좋지 못했던 환자분은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따른 경우였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졌고,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 음식, 저 음식 피하다보면 영양불량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평소에 암을 예방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만, 일단 암환자는 짜든, 맵든 본인 입맛에 맞고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악액질에 대비해야 합니다.”
악액질은 비교적 생소한 용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암환자가 공통적으로 겪는 증상이다. 암의 진행에 따라 체중이 감소하고, 지방 및 근육의 손실, 영양분의 흡수와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악액질이 나타난 환자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 대해 낮은 반응을 보이고 암환자의 10∼20%는 극심한 악액질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악액질이 암환자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하며 악액질에 대비한 고단백 식사를 강조했다.
“건강한 사람을 연비 좋은 신차에, 암환자를 연비가 낮은 오래된 차에 비유할 수가 있습니다. 연비가 좋지 못한 오래된 차는 신차에게 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죠. 암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일한 식사를 했을 때 건강한 사람에 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또 악액질 상태가 되면 음식을 섭취해도 필요한 에너지를 정상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잘 먹어도 부족한 이유입니다.”
장 교수는 병원을 찾은 암환자에게 ‘무엇을 먹었는지’가 아니라 ‘잘 먹었는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밥 한 공기도 제대로 비우지 못했다면 악액질이 나타날 위험신호라고 강조했다.
“피로감, 식욕부진 등으로 정의되는 악액질은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암환자가 5kg 이상의 체중감소, 근육(팔근육 등)의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악액질로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합니다. 악액질을 유발하는 악성종양을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방법이지만, 투병 중인 암환자라면 식이 섭취를 늘리는 스스로의 노력과 약물요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섭취량을 늘려 지방과 근육을 소실을 최대한 막아야합니다.”
최근 악액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악액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약물들이 다양하게 개발돼있다. 장 교수는 다양한 약물 가운데, 체중증가에 효과를 보인 약물요법을 대해 이야기했다.
“악액질이 암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악액질 상태를 개선하고 체중 증가, 식욕 촉진에 도움을 주는 약물이 개발돼있습니다. 약물요법을 통해 입맛을 올리고, 체중을 증가시켜 삶의 질과 치료반응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암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인생을 달리기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달리는 코스는 저마다 다릅니다. 암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조금 힘든 코스를 달리는 것뿐입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암환자라고 낙담할 필요도, 쉽게 포기할 이유도 없습니다. 달리는 와중에 만난 암이란 난코스를 지나, 끝까지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인터뷰]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정순 교수 “투병으로 소모된 에너지 만큼 식사로 보충”
입력 2015-05-18 02:57 수정 2015-05-1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