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암 극복하려면 디스트레스 수치부터 줄여라

입력 2015-05-18 02:55

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인 암을 진단받은 환자와 그 가족은 높은 사망률과 치료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우울·불안 등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특히 상당수의 환자들은 치료에 지장을 줄 정도의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암 치료의 발달로 생존율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 향상과 장기적인 치료 순응도를 위한 디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스트레스는 암환자의 인지·정서·행동과 같은 심리적 측면과 사회적·영적 측면이 포괄적으로 포함된 개념으로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투병 과정과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정신과적 장애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아져 삶의 질 저하가 초래된다.

일례로 유방암 고위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디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여성일수록 검진 순응도가 낮다는 보고가 있다. 부인과 암은 치료 과정에서 신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수술로 인해 여성성을 가진 신체기관들을 잃게 될 수 있어 자괴감에 빠질 수 있고, 본인의 암 때문에 자녀들의 감정적인 영향이나 변화에 걱정이 늘게 된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 유방절제술을 시행했을 때 상실감으로 정신적 고통이 크기 때문에 보존술을 선호하고, 절제술을 하더라도 재건술을 같이 하기를 원한다.

위암과 같은 소화기 계통 암은 오심·구토·복부팽만·설사·변비와 같은 증상들이 환자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대장암에서는 회맹부를 제거할 경우 설사를, 남성 장루환자는 성기능저하 및 발기부전을 자주 겪음에 따라,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를 피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 암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적정 시기에 심리사회적 중재 및 관리를 할 경우 삶의 질 향상 뿐 아니라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는 2009년 디스트레스 관리 권고안이 개발됐음에도 실제 적용 및 활용 정도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암이 환자의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정신종양학이 다양한 직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정신질환의 위험도 및 정신과 진료의 특성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암환자들 중 수면장애, 불안장애, 기타 신경증 그리고 기부장애 순으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면장애의 빈도는 성별, 암 종류와 상관없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정신질환 발생 시기는 남녀 모두 암 진단 시에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정신질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제적으로는 중간계층 보다 양 극단에 위치한 사람에서 정신질환의 발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유무에 따른 정신질환의 차이를 보면 남성의 경우 일반 질환에서는 73%에서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암환자는 51.6%에서 정신질환을 호소했다. 반명 여성은 질환 자체에 대해 민감한 모습을 보였는데 일반 질환에서 37.7%로 남성(26.9%)에 비해 높았고, 암환자에서도 57.8%가 정신질환을 호소했다.

남성의 경우는 전립선암에서 정신질환 발생이 높았는데 수면장애·정동장애·불안장애·성기능장애 등이 높게 나타났으며, 위암·간암·폐암·대장암에서도 정신질환 발생 빈도가 높았다. 반면 여성에서는 유방암·대장암·자궁경부암·폐암·간암·위암·갑상선암 등 대부분의 암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