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흔히들 잘 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목적은 잘 사는 데 있어요. 단 하루를 살더라도 삶의 의미를 찾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잘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하니까요.”
임종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의 곁을 지키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함께해 온 완화의료 호스피스가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71편의 시(詩)에 담아내 화제다. 주인공은 명지병원 암통합치유센터 내 완화의료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허수정(사진) 간호사. 허 간호사는 최근 ‘우리 삶의 마지막 희망별곡(希望別曲)’이라는 제목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집을 발간했다. 문단에 등단하지 않았지만 말기암 환자를 치료하고 떠나보내며 그들과 나눈 시간과 다양한 감정들을 그만의 따뜻한 문체로 담아냈다.
허 간호사는 “죽음은 누구와 동행하느냐에 따라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주변과 함께 교감하고 나누는 죽음이 돼야 죽음도 축복받을 수 있고 의미 있는 완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를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16년 이상 호스피스를 하다 보니 너무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았다. 혼자만 알기에는 아쉬웠다. 그래서 그동안 호스피스협회 자유게시판에 틈틈이 일기 형식으로 시를 올려 왔다. 이번 시집은 말기암 환자들이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그동안의 글들을 다듬어서 펴낸 것이다.”
-제목에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목적이 잘 묻어난다.
“처음 제목은 ‘오직 사랑만 남아라’였다. 그러다 몇 해 전 죽음에도 희망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났다. 당시 희망이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통증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하고 희망이 없을 것 같지만 ‘아프지 않게 죽고 싶다’, ‘△△가 보고 싶다’ 등도 넓은 의미의 희망이라는 생각에서 ‘우리 삶의 마지막 희망별곡’이라는 제목으로 정했다.”
-호스피스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살고 죽는 것이 웰빙, 웰다잉이라고 보나?
“호스피스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우리 모두 ‘죽음’, ‘늙음’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결국엔 ‘싫다’, ‘두렵다’, ‘아프다’는 말만 되뇌다 죽게 된다. 죽음이나 늙는 것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고 죽음도 자연의 순리라고 순응하며 그에 맞춰 풀고 가는 것이 웰빙이고 웰다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나 소망은?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이번 시집을 계기로 그럴 수 없게 됐다. 글이든 뭐든 죽음에 대해 기여하고 싶다. 호스피스는 물론 청소년 자살이나 부모님 세대의 죽음 등에 부족하나마 밀알이 되고 싶다.” 박주호 기자
[암과의 동행] “죽음도 축복받을 수 있어” 명지병원 완화의료센터 허수정 간호사
입력 2015-05-18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