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 부실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검찰이 한국석유공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잠시 주춤하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재개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2일 석유공사 울산 본사와 강영원(64) 전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자원개발 관련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3월 18일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금 유용 혐의와 관련해 이미 한 차례 석유공사를 압수수색했었다.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당초 예정에 없던 정유계열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까지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 하베스트 이사회가 계약체결 당일 갑자기 노후 정유시설인 ‘날’의 동반인수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최종 인수 전에 날의 자산가치를 급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면밀하지 못했다. 석유공사의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날의 주당 가치를 시장가격(7.3달러)보다 30% 이상 높은 9.61달러로 고평가했다.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에 매수토록 지시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날 인수금액(1조3700억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40억6500만 달러)에 하베스트 지분 100%를 취득했다.
‘끼워팔기’에 당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떠안은 대가는 컸다. 원유 정제비용 증가, 북미 석유시장 불황 등에 하베스트의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 투자은행에 날을 338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인수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베스트 인수로 석유공사는 총 1조3371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날의 부실을 알면서도 경영목표 달성만을 위해 1조원이 넘는 큰 손해를 끼쳤다고 결론짓고, 지난 1월 그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날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메릴린치가 날의 자산가치를 고평가한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면서 석유공사와 메릴린치 서울지점 관계자, 강 전 사장을 차례로 부를 계획이다.
이명박정부 핵심 관료들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때 “하베스트 인수는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 석유공사 본사 압수수색
입력 2015-05-13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