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정을 둘러싼 대치로 4월 임시국회를 허송세월한 여야가 5월 임시회를 열어놓고 또다시 낯 뜨거운 정쟁만 되풀이했다. 여야가 65분간 진행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딱 3건이었다. 나머지 시간엔 의사진행 발언을 쏟아내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고성과 야유, 눈물로 얼룩진 난장판 본회의=여야는 신경전으로 본회의를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지난 6일 본회의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사과와 박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곧이어 연단에 선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월권’ 논란이 제기된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을 겨냥했다. 민 의원은 이 위원장이 법사위에서 가결된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막은 데 대해 “권력남용”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때부터 본회의석에선 “너나 잘해” 식의 야유와 막말이 터져 나왔다.
여야는 잠시 법안을 심의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격돌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이 본회의 안건과 무관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을 끄집어낸 게 발단이 됐다. 이 의원은 “사회적 대타협을 깬 게 누군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며 새누리당을 비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말 한마디에 국회가 증오와 대립의 장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다 법사위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소송특례법’이 여당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사실을 언급하며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공무원연금이 언급되자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 김현숙,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이 가세해 또다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본회의를 참관하던 초등학생들이 회의 중간에 자리를 떴다.
◇법사위원장 월권 논란, 5월 국회도 ‘빈손’ 우려=본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명시된 3개 법안(소득세법·지방재정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함께 지난 6일 법사위에서 가결된 나머지 56개 법안도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합의사항에 적힌 법안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두고 “민생우선의 원칙에 따라 많이 양보했다”거나 “대승적 차원에서 3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는 등 생색을 냈다. 이런 당 분위기에 이 위원장이 ‘전자서명’이라는 절차를 내세워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총에선 법사위원장 해임결의안 제출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제 5월 임시회에서 남은 본회의는 오는 28일 뿐이다.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 중엔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 개정안 등 생활밀착형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정 협상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법안 처리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28일 본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고성·야유·눈물 ‘꼴불견 국회’… 野 ‘공무원연금’ 네탓 발언에 낯 뜨거운 막말 공방으로 번져
입력 2015-05-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