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버티기 vs 김한길·안철수, 흔들기

입력 2015-05-13 02:33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이 ‘전패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문재인 대표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노(비노무현) 진영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둔 ‘파워게임’이라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표는 12일 4·29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당 경제특강에 참여했다. 당 대표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리더십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특강을 마친 후 취재진이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야당 대표’냐 ‘친노 좌장’이냐를 선택하라고 했다”고 묻자 “누가 우리 당의 대표가 되든 (유능한 경제정당)은 가야 할 방향”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대표 측은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충분히 설득하겠지만 정면 돌파밖에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노 진영은 공세를 이어갔다. 김 전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당을 살리는 결단을 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패권정치 청산을 수석 최고위원이 요구했는데 열흘이 되도록 대답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문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는 “문 대표와 지도부가 결심할 몫”이라면서도 “지금 지도부에 필요한 건 선언적인 얘기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이고, 그에 따라 하나씩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 측이 구상했던 ‘원탁회의’에 대해서도 “당의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역구인 전남 여수에 칩거하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 대표가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방법과 의지를 정말 진정성 있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지금은 말로만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4선 이상 중진의원 9명은 조찬 모임을 갖고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또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과와 주 최고위원의 복귀, 당 공식 기구를 통한 의사결정 등 요구사항을 문 대표에게 직접 전달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갈등의 본질은 내년 총선 공천권 싸움이기 때문에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당직자는 “비노가 지적하는 ‘계파 패권주의’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있을 총선 공천 문제에 대한 것”이라며 “비노 진영이 똘똘 뭉쳐 이종걸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도 그런 위기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