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아프거나 사망해 카드값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때 대금지급을 유예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원은 가입비가 없고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알같이 내뱉는 설명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가입을 결정했다. 정보동의를 위해 녹음한다고 한 뒤 갑자기 수수료로 0.54%가 부과된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어 “매달 돈이 나가는 거냐”고 묻자 가입은 무료지만 이용액의 0.54%가 빠져나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드사의 ‘채무면제·채무유예(DCDS·Debt Cancelation&Debt Suspension)’상품 불완전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DCDS는 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고 회원이 사망하거나 아파서 채무를 갚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카드값이 밀려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부모 등의 채무를 떠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용할 수 있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롯데·BC·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 등 7개 카드사가 DCDS상품을 판매 중이다. 3월 말 현재 가입자 수는 총 344만8000명이다. 각 카드사는 보장범위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수수료율은 0.14∼0.59%로 상품마다 다르다. 최대 보장금액은 5000만원이다. 카드사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아 보험사와 고객에게 각각 보험료와 보상금을 지불한다. 수수료 수입은 사별로 37억∼149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사업을 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리스크도 없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좋은 고정수입원이다.
하지만 텔레마케팅을 통해 주로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가입 조건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무료인 줄 알고 가입했다 명세서를 받고서야 수수료가 청구되거나 상품 가입 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완전 판매 문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카드사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텔레마케터들의 불완전한 설명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관련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 고객들은 카드사를 믿고 상품에 가입했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카드사는 보험사 탓을 하며 한발 물러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상품에 가입해 놓고 의식불명 등으로 신청을 못하면 나중에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언제부터 언제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보험사가 판단하는 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 민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아프거나 사망하면 카드대금 면제해 준다더니… 카드사 DCDS 불완전 판매 피해 급증
입력 2015-05-1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