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60억 배럴’ 북극해 원유개발 허용… 로열더치셸 시추계획 승인

입력 2015-05-13 02:20

미국 정부가 수년간 논란을 빚은 북극해 유전 개발 계획을 11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개발로 오랜만에 경제회복의 단맛을 즐기고 있는 미국이 향후 10∼20년 뒤를 내다보고 ‘지구상 마지막 남은 청정구역’으로 불리는 북극해에 시추공을 들이대기로 한 것이다. “사람과 환경, 지구보다도 돈을 더 중시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는 이번 결정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예고했다.

미 내무부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이날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 더치 셸의 북극해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몇 가지 추가 절차가 남아있지만 가장 큰 행정적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셸은 당장 올여름부터 시추를 위한 탐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탐사 작업은 알래스카 북서쪽의 웨인라이트 마을에서 해상으로 112㎞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다. 모두 6곳을 뚫어 매장량을 확인할 방침이다. 미 지질조사국은 알래스카 쪽 북극해 연안에 모두 260억 배럴의 원유와 130조 평방큐빅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추 탐사는 북극해에 포함돼 있으며, 현지에서는 축치해로 불리는 지역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이곳이 극한의 추위와 강풍, 높은 파도가 상존하고 겨울에는 얼음도 어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런 곳에서 원유를 시추한 전례가 없고 특히 원유 유출 시 대처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셸은 2012년에도 북극해 원유 탐사 작업을 허가받아 탐사준비를 하던 중 원유 유출 방지를 위한 오염물질 차단돔이 훼손되면서 탐사가 무산된 바 있다. 셸 측은 이번에는 시추선 2대가 나서며 한 대에서 유출사고가 나면 다른 한 대가 즉각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론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지구정의’는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클린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린피스 등은 오는 16일 시추선이 거쳐 갈 미 시애틀 항구에서 대대적인 반대 집회를 개최키로 했다.

알래스카 서북부 연안에는 지금도 원주민들이 어업과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원유 시추로 인해 이들의 삶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때문에 원주민들은 그동안 환경단체들과 연계해 시추 반대 운동을 전개해 왔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결국 경제와 에너지 안보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을 무섭게 추월해가는 상황에서 막대한 매장량을 가진 원유 개발로 다시 한번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살려보겠다는 의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미 내무부는 지난 1월에도 본토 서쪽 대서양의 원유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 외교안보 측면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겠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