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시험발사 이후] 軍 전력증강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北 도발 때 무서운 ‘한방’이 없다

입력 2015-05-13 02:51
북한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사출시험 성공으로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도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국가 전략을 기반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무기체계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반면 우리 군은 북한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12일 “북한이 도발하면 이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를 서둘러 들여오는 고질적인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에는 전략이 없다”고 질타했다.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김종하 교수는 “북한은 1960년대부터 핵과 미사일, 잠수함이라는 3대 비대칭 전력을 주요 추진 전력으로 선정해 차근차근 계획대로 발전시켜왔지만 우리 군은 이런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핵무기의 경우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핵 개발을 일정 수준에 올려놓은 뒤 농축우라늄(HUE)을 기반으로 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단계적인 개발 과정을 밟아 현재 핵탄두 소형화에 근접한 단계에 도달했다. 미사일도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시작으로 사거리가 1만㎞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2년 12월 발사된 은하 3호는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정도까지 발전시켰다.

잠수함 역시 북한이 60년대 초반부터 심혈을 기울여 확충해 왔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은 70여척에 달한다. 2010년 3월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을 반파시킨 북한의 잠수정은 연어급으로 130t급에 불과했다. 소형 잠수함이 주를 이룬 북한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SLBM 개발에 나섰다. 핵무기 다종화 전략의 일환이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은 ‘땜질식’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긴급 소요전력’을 제기해 계획에도 없던 무기들을 도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군은 대잠 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하자 포병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2014년 초 북한이 조잡한 무인기를 남쪽에 내려보내 정찰활동을 하자 군은 고가의 무인기 포착 레이더 도입부터 서둘렀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변한다”며 “군의 무기 계획을 세우는 곳이 북한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전방위 방어용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북한에 치명적인 무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뒤 개발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