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농종묘의 권농하 대표는 국내 최초로 빨간색 배추(권농빨강2호) 종자를 개발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초록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개발한 샐러드용 빨간색 배추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유럽에서 최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일반배추 종자(300달러/㎏)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비싼데도 세계 종자시장에서 권농빨강2호는 선풍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종자 수출 시장이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유럽과 미주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베트남과 중국 남부지역 수출용으로 개발한 오렌지색 수박 ‘오렌지슈거’, 재배기간이 빠르고 모양이 예뻐 중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파프리카 ‘하나 알3회’ 등 우리 기술로 개발한 품종들의 수출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에 따른 종자산업 육성 추진현황을 12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농림수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이 공동으로 전략적인 종자개발을 통해 종자산업을 우리 농업의 미래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시작한 10년 장기 국책사업이다.
현재 농업 분야에서 종자시장은 최근 10년 내 배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 소비자들의 수요 다양화 등에 따라 다양한 품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종자회사가 70% 이상의 종자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종자 로열티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농업의 선진화·소득 증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농업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요 종자 기업이 외국에 매각되는 등 종자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 종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골든 시드 프로젝트로 일부 채소 품종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년여 동안 상품성이 높은 105건의 신품종을 개발했다. 또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 800만 달러를 수출했고, 국내에도 56억원을 판매(수입대체)했다.
그러나 종자산업 육성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정부 목표는 2021년 종자수출 2억 달러 달성이지만 현재는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북 김제시에 733억원을 투입해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6년 8월 완공되면 이곳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자기업 20개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단계”라며 “남은 8년 동안 계획대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빨간색 배추·오렌지색 수박… 독자개발 ‘황금 종자’ 세계시장에 심는다
입력 2015-05-1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