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날림 학위 통로 ‘학점은행제’ 손본다… 문제점과 개선 방안

입력 2015-05-13 02:44

학점은행 인정기관인 A교육원은 엉터리 학점을 남발하다 최근 교육부에 적발됐다. A교육원의 인터넷 강의 출석기록에는 상당수 학생이 동일 시간대에 여러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일반 대학으로 치면 학생 한 명이 여러 강의실에서 동시에 수업을 들은 것이다. 또 기말고사에 중간고사와 동일한 문제를 출제했고 시험 답안지 필체도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 출석부터 시험·평가까지 교육과정 전반이 날조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 기관 수강생들은 전원 학점을 받고 일부는 정식 학위까지 받았다.

이처럼 ‘날림 학위’의 통로로 활용돼온 학점은행제가 수술대에 오른다. 교육부는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과 ‘학습과정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학점은행제란 국가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하는 평생교육제도다. 일정 학점을 넘어서면 정규 대학을 다니지 않았어도 교육부 장관 명의의 전문학사(전문대), 학사(4년제) 학위를 준다. 지난해에만 학점은행제로 8만767명이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부실한 학사관리 때문에 평생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올해 초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일으킨 보육교사가 허술한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개선안에는 인터넷 수업의 질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넷 강의를 켜놓고 다른 일을 하거나 대리시험을 치르는 등 부정행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수업 중에 ‘돌발퀴즈’를 내고 퀴즈를 맞혀야 수업이 이어지는 시스템 등이 구축돼야 한다. 시험 때는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동일한 아이피(IP) 주소로 여러 사람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1회 이상 오프라인에서 출석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점 도입도 눈에 띈다. △시험·성적 처리를 부정하게 한 경우 △수업시간을 무단 단축한 경우 △사설 대행업체(브로커)가 수강생을 모집한 경우 등에 벌점이 부여된다. 벌점이 누적돼 일정 점수를 넘으면 운영 정지, 평가인정 신청 제한·취소 처분을 받는다. 그동안 학점은행제 기관으로 승인받은 뒤 부실하게 학사운영을 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또한 학습과정·학습비 현황 등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으며, 학습비 인상률은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