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리 전환대출 특혜에 고소득자도 포함됐다니

입력 2015-05-13 00:39
정부가 가계빚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저금리로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이용자의 다수가 중산층인 것으로 드러나 당초 정책 목표와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계빚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금융상품임에도 정작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자 가운데 신용등급 3등급 이상이 83.7%에 달했다. 이 중 45.3%는 신용 상태가 아주 양호한 1등급이었다. 보통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6등급 이하는 2.8%에 불과했다. 또 금융위원회가 전체 대출 32만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연간 1억원 이상 소득자가 5.1%를 차지하는 등 연 6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대출자가 20%였다. 4000만원 이상은 전체의 40%였다. 부실 위험이 높은 가계의 빚을 구조적으로 개선키 위해 출시됐던 안심전환대출의 열매를 중산층들이 대부분 따먹은 셈이다.

사실 이는 상품 출시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대출 대상이 9억원 이하 주택,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 잔액 기준 5억원 이하로 결정되면서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셈이 된 것이다. 또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처음부터 서민들을 배제한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가계빚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규모도 문제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4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주택담보대출은 78.3% 늘었다. 같은 기간 1∼5분위 계층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가계빚이 빈곤 가구에 급격하게 쏠리고 있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빚을 제대로 갚기 힘든 금융부채 상환 한계 가구가 10%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외 여러 기관들은 우리 가계빚이 임계치에 육박하고 있다는 경고를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잇단 금리 인하와 부양책으로 가계빚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경기 활성화 정책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 걱정이다. 빚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가계빚 취약 가구를 주 대상으로 하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