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수가 모이는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등의 마약 물질이 다수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마약이 생활 주변에서 폭넓게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팀은 호주 퀸즐랜드대학 환경독성연구센터와 공동으로 2012년 12월 27일부터 엿새 동안 국내 일부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대해 실시한 마약 잔류물질 검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생활하수 속에서 마약 잔류량이 확인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사는 국내 5개 도시(부산 울산 창원 밀양 김해)의 15개 하수처리장에 모인 하수 원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17종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는 의외였다.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암페타민(각성제) 코데인(마약성 진통제)이 90% 이상의 시료에서 검출됐고, 강력한 환각제로 속칭 ‘러브드럭(love drug)’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인 MDA 성분도 나왔다. 이런 것들이 추출되는 것은 마약 성분의 약물을 하수에 그냥 버렸거나 사용자의 소변을 통해 배출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국내 인구 1000명당 하루 필로폰 사용량이 22㎎에 달하고, 연간 총 소비량은 약 410㎏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연간 압수량 21㎏(2012년 기준)보다 무려 20배 정도 많은 규모다.
마약은 최근 우리 사회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연관 검색어를 치면 누구나 손쉽게 유통경로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다. 마약 밀수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밀수는 308건에 71.7㎏ 분량(시가 1500억원 상당)으로 2004년 이후 최대치였다. 마약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이참에 관계 당국은 전국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실태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마약이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데 대책은 있나
입력 2015-05-13 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