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41만원 파격 할인’ 묻지마 취소 글로벌 기업 델 믿었다가 또 ‘델란’

입력 2015-05-13 02:36

[친절한 쿡기자] 네티즌들이 ‘델란(DELL+亂)’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델’ 때문인데요. 50만원이 넘는 모니터를 10만원대에 판다는 광고물을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내건 뒤 모든 주문을 취소한 겁니다.

델코리아는 지난 8일 밤 12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16시간 동안 델 온라인 쇼핑몰에 24인치 모니터를 13만6400원에 판매한다고 공지했는데요. 이 제품의 정상가격은 54만5600원으로 할인액이 무려 41만원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최저가의 절반도 안 됩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을 믿었습니다. 주문은 폭주했고 모니터는 곧 품절됐습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자 주문을 했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델측은 11일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를 업데이트하면서 생긴 가격 오류”라면서 모든 제품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겁니다.

애초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해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달랑 “시스템 오류”라는 말로 덮으려 하자 곳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델란’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는 게 더 화가 난다는 겁니다.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델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글로 넘쳤습니다. 한 네티즌은 “사과는커녕 어떤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카드결제를 취소해 버렸네요. 뭐 이런 기업이 다 있는지…”라고 적었습니다.

사실 델의 판매 취소는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에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24인치 와이드 LCD모니터 공동구매를 추진하다 돌연 취소했는데요.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과 한마디 없이 회사 내부 사정이라고만 밝혀 소비자의 원성을 샀습니다.

델은 ‘가격 오류가 있는 등의 이유로 주문을 수락한 이후에 해당제품,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 일체 또는 그 일부를 공급할 수 없다’는 판매 규약을 들어 ‘델란’을 한낱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델을 믿고 애태우며 주말을 보낸 소비자들은 다릅니다. 네티즌들은 델측이 왜 이틀간 아무런 조치 없이 모니터 수만대가 팔리는 광경을 지켜만 봤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터넷에서 주말 내내 화제가 됐는데 말이죠. 네티즌들은 “만약 가격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직원들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알면서 방치했다면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주장합니다.

델측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죠.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