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국내 연구진이 ‘ㅏ’ ‘ㅣ’ ‘ㅜ’ 발음을 상상만 해도 나오는 뇌파 신호를 측정한 뒤 인공 신경망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나 장애인 등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생각만으로 의사를 전달케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전공학부 이병근 교수와 의료시스템학과 이보름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생각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실시간 인식하는 하드웨어를 구현해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멤리스터를 이용해 뇌파를 실시간 인식하는 인공 신경망 장치를 만들었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로 뇌에 있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다.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본뜬 이 인공 신경망에 각 뇌파의 의미를 학습시킨 뒤 같은 신호가 나오면 그 의미를 구별해내는지 실험했다. 사람의 머리에 뇌파 인식장치를 부착하고 ‘ㅏ’ ‘ㅣ’ ‘ㅜ’ 세 가지 발음을 생각하게 한 뒤 그 뇌파를 측정해 멤리스터에 기억시켰다. 이어 셋 중 하나를 생각하게 하자 어떤 발음을 상상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했다.
이병근 교수는 “아직 세 가지 발음을 생각할 때 그 발음을 알아맞히는 정도다. 하지만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뇌파만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는다?… GIST 이병근·이보름 교수팀 뇌파 인식 하드웨어 구현
입력 2015-05-1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