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핀 NFL, 결국 매 맞았다… ‘디플레이트게이트’ 사실로 확인

입력 2015-05-13 02:48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지난 1월 1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보로의 질레트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 경기 도중 공을 던지고 있다. 이 공은 결국 바람이 빠진 공으로 판명돼 NFL 슈퍼스타 브래디는 화려한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국민일보DB

지난 1월 1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보로의 질레트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 경기.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 ‘슈퍼볼’을 앞둔 준결승에 해당하는 빅게임이었다.

그런데 2쿼터 뉴잉글랜드의 공격 때 공을 가로챈 인디애나폴리스 선수가 심판진에 갑자기 공의 바람이 빠진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에는 유야무야됐고 뉴잉글랜드는 45대 7로 승리를 거둔 뒤 나아가 슈퍼볼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미 언론은 바람을 뺀다는 영어 단어 ‘디플레이트(deflate)’와 대형 비리의혹 사건을 지칭하는 ‘게이트(gate)’를 합성, ‘디플레이트게이트’라고 불렀다. NFL 사무국은 여론에 밀려 조사에 착수했다.

공의 공기압이 규정보다 낮은 ‘바람 빠진 공’을 쓸 경우 공을 잡거나 받기 쉬워지며, 비가 와서 공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는 더욱 공격하기가 좋아진다. NFL에서는 양 팀이 공을 12개씩 준비하고, 공격권을 가져온 팀은 자신들이 준비한 공으로 경기한다. 따라서 뉴잉글랜드가 자신들이 공격할 때 바람 빠진 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디플레이트게이트는 사실로 드러났다. 미 야후스포츠는 12일 NFL 사무국이 디플레이트게이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당시 경기에 사용한 12개 공 중 11개의 공기압이 기준치보다 16%나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NFL 사무국은 역대 최고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 뉴잉글랜드의 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38)에게는 바람 빠진 공이 사용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이유로 4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다. 구단에는 100만 달러(약 11억원) 벌금과 동시에 201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2017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을 빼앗았다. NFL이 팀당 정규시즌 16경기를 소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래디는 정규시즌의 25%를 뛸 수 없게 됐다. 사무국은 장비 담당 직원 2명이 공의 바람을 빼는 등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뉴잉글랜드는 부정한 방법으로 슈퍼볼 우승컵인 빈스 롬바드리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는 브래디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래디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그는 성명을 내고 “이번 징계는 터무니없고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리그 사무국이 이번 징계를 조사 전부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브래디는 2002년과 2004년 슈퍼볼에 이어 올해 개인 통산 세 번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특히 흑인 선수와의 대결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는 백인 선수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실력 못지않게 잘생긴 외모를 가졌고,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이기도 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