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한○○씨… 왔다고 했어, 안 왔다고 했어?”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충남 부여·청양에 출마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의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한모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6시쯤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4년 만에 걸려온 김모(여) 전 기초의원의 전화였다. “(언론 인터뷰는) 사실대로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다른 데서 전화가 오니 끊습니다.”
이때는 한씨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 전 총리의 만남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말한 뒤였다. 앞서 오후 3시쯤에는 이 전 총리 캠프의 자금책이자 김 전 기초의원과 막역한 사이인 김모 비서관도 전화를 걸어 왔다. 한씨는 회유를 직감하고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씨가 둘의 번호를 수신 거부한 다음 날에도 김 비서관은 다시 통화를 시도했다.
한씨는 지난 6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들과의 통화 내역이 담긴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이 휴대전화는 9일 돌려받았다. 수사팀은 한씨에게 “선생님의 기억력이 좋지만 증거로 기소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사팀은 한씨가 실수로 지운 통화내역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뒤에 이 전 총리 측이 금품수수 의혹 정황에 개입된 이들을 회유했는지 면밀히 따지고 있다.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의 독대를 목격했다고 언론에 말한 다른 핵심 참고인 윤모씨를 향한 ‘접촉’에도 주목한다.
과거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였던 윤씨는 언론 인터뷰를 한 후 김 비서관으로부터 “사주를 받았느냐” “틀린 말이 있다면 정정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법조계는 측근들의 이런 행동이 이 전 총리의 결백 입증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본다. 이 전 총리 스스로도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만났다는 태안군의회 의원 2명에게 지난달 11일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구설에 오른 상태다. 수사팀은 12일 “주요 참고인들에 대한 증거인멸, 회유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수사방해 행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경원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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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3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