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가족 기능 외주화 속 교육열 과열… 韓·日 학생, 부모 적대감·혐오 만연”

입력 2015-05-13 02:38

“한국과 일본 학생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적대와 혐오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

강상중(64·사진) 도쿄대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두산인문극장’ 강연에서 ‘잔혹동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서도 가족 내 범죄가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며 “가족이 점점 더 싸움의 장이 되어 가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내 갈등이 격화되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가족 기능이 아웃소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지금 도쿄에서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서비스가 굉장히 인기”라며 “원래 가족이 하던 역할이나 기능이 외주화에 따라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원인은 지나친 교육열이다. 강 교수는 “부모들은 교육에만 시간과 자본을 집중투자하고 있다”며 가족의 역할이나 유대는 외주화로 인해 약화되고 있지만 교육열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더욱 가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고민이 부모가 생각하는 진학에 대한 기대치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부모의 기대 때문에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못 가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또 일본 명문 나고야대에 다니는 19세 여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며 사람을 죽이고 트위터에 소감을 올린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신체성에 대한 감각, 몸을 실감하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이 감각을 어떻게 길러줘야 할지가 큰 고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2세로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마음의 힘’ 등 여러 권의 책을 국내에서도 출간한 강 교수는 ‘예외와 악’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