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해 지어낸 신조어다. 오바마가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됐던 2008년 11월 5일 오후 4시, 오프라 윈프리와 제시 잭슨 목사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모습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종차별의 서러움과 ‘흑인지도자는 안 된다’는 편견과 터부를 극복하려는 그들의 오랜 꿈이 실현됐기 때문에 그 모습은 각별했다.
작금의 오바마 정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패권경쟁 구도로 세계를 재편하려 한다. G1(주요 1개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회귀전략’으로 한·미·일 3각 동맹체제 구축이 어쩔 수 없다고 하자. 하지만 침략역사를 ‘과거화’하면서 아베 의 일본을 ‘보통국가화’해 중국 포위 전쟁에 내몰고자 하는 행동은 ‘도끼로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경제가 ‘공급과잉’에 시달리며 향후 10년 동안 저성장, 저인플레로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겪을 것으로 예고했다. 만일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중국의 첨단무기 경쟁을 부채질하는 동시에 자국의 군산복합체를 활성화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불장난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를 통해 지구촌이 전쟁의 일대 홍역을 치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지구촌을 냉전적 대결국면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가. 이란 핵협상을 마무리한 오바마가 핵 협상을 비판하던 공화당 인사들에게 던진 말이 바로 정답이다.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전쟁으로 해결하려 하느냐.”
시편 2편은 세상 왕들이 모여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은 자를 대적하면서 “우리가 그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자”라고 떠들며 ‘헛된 일을 꾸미는’ 나라들을 경고하고 있다(시 2:1∼3). 이스라엘은 시인의 경고를 자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려는 ‘모압해방 전선’에 적용했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인류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불순 세력이 경고의 대상이라고 해석한다.
시편의 시인은 “하늘에 계신 자가 비웃으며 그들에게 분노하신다”며 파멸하지 않으려거든 “아들에게 입맞추라”고 권고한다(시 2:4,12). 미국이든 중국이든 군사패권의 유혹에 빠지는 대신 평화와 화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처지를 두고 대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거나 ‘새우(한국)가 고래(미국·중국)를 길들이고 있다’라는 식의 낙관론은 치기어린 코미디다. 석학들이 연이어 박근혜 정부에 권고하고 있듯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북한이나 일본과 1㎜라도 가까워져서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위험요소를 줄이면서 우리의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영화 ‘얼라이브’(Alive)가 끝날 무렵에 아론 네빌의 ‘아베 마리아’ 곡이 흐른다. 영화는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사고로 해발 3500m의 눈 덮인 고지대에서 72일간 인육을 먹으며 사투를 벌이던 학생들의 공포와 처절함을 배경으로 한다.
한반도가 전쟁 공포로 뒤덮인 ‘안데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눈물을 흘리며 불러야 하는 ‘아베 마리아’가 되지 않도록 ‘아베마’(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가 헛된 일을 꾸미지 않기를 소망한다.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깨끗이 씻어 줄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겠다.
정종성 교수(백석대 기독교학부)
[시온의 소리-정종성] ‘아베마<아베+오바마>’와 한반도 평화
입력 2015-05-1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