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마케팅의 기본

입력 2015-05-13 00:10

입시학원의 광고문구는 학부모와 입시생들의 공포와 불안을 자극한다. 입시제도가 해마다 바뀌고, 대입 전형 또한 복잡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공포감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리고 학원들이 개최하는 대입설명회는 언제나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처럼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마케팅 기법을 공포 마케팅이라 한다. 공포 마케팅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이 보험업계다. 보험설계사들은 지금 보험을 들지 않으면 마치 곧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보험설계사들의 ‘반 협박’에 실손보험이나 생명보험 한두 개쯤 든 소비자들이 꽤 많을 듯싶다.

공포 마케팅은 통치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한다. 전두환정권은 5·3인천사태와 건국대 사태 등으로 통치기반이 크게 흔들리던 1986년 느닷없이 북한의 수공 위협을 퍼뜨렸다. 북한이 금강산댐 수문을 열어 물 폭탄을 퍼부으면 63빌딩 중간까지 잠긴다는 정부 발표에 국민들의 공포지수가 치솟았다.

전두환정권은 금강산댐 수공에 맞서 평화의 댐을 짓는다며 강제적으로 국민성금을 모금하는 법석까지 떨었다. 하지만 금강산댐 물을 다 내려 보내도 한강변 일부 저지대만 침수시킬 정도였다는 것이 나중에 감사원 감사로 밝혀졌다. 당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북풍으로 덮으려는 전두환정권의 꼼수였던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향후 65년간 미래세대가 추가로 져야 할 세금부담만 1702조원”이라고 발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론을 오도하는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야당이 은폐 마케팅을 한다”고 맞받아쳤다. 양쪽 모두 ‘마케팅의 기본은 정직’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떠드는지 모르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