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北 해외근로자 송금 차단 왜… 對北 제재 ‘고삐’ 인권 침해도 부각

입력 2015-05-12 02:36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외 근로자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면서도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압박하는 두 가지 주요 수단인 대북 경제 제재와 인권 침해 문제가 함께 포함된 드문 사안이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근로자에 대한 북한 정부의 임금 착취와 강제노동이 국제적 이슈가 되면 상당수 국가들이 북한 근로자 고용을 엄격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북한 근로자 고용 기피로 이어져 북한으로의 송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미 국무부는 국제노동기구(ILO)로 하여금 북한 해외 근로자의 노동 조건을 감시하게 하거나 강제노동과 임금 착취를 처벌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카타르의 건설회사가 노동자 착취와 노동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북한 노동자를 집단 해고해 주목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카타르 유명 건설사인 CDC(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사가 고용한 북한 건설노동자 192명 중 90명을 해고했다.

특히 회사 측은 해고 이유로 정부와의 갈등도 거론해 미국이나 ILO가 근로기준 준수 등의 ‘압력’을 카타르 정부에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회성이 아니라 오만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등 친미 성향 중동·동남아 국가에도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근로자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외국 회사는 급여를 북한 정부에 지급한다. 북한 정부는 이 중 90% 정도를 떼어가는데 각종 대북 제재로 외화 획득 길이 막힌 ‘김씨 왕조’의 주요 돈줄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근로자들의 급여가 개인 송금(remittance)이 아니라 대량 현금(bulk cash)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데 주목해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외 파견 근로자 현황은 정확한 통계가 없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에서 2013년 1월 현재 16개국(알제리 앙골라 중국 러시아 적도기니 에티오피아 UAE 카타르 말레이시아 몽골 미얀마 나이지리아 오만 폴란드 리비아 쿠웨이트)에 5만명 이상이 나가 있다고 추정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