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압색 대비 물건 정리” 회사 회계자료 상당 분량 파쇄… 성완종, 압수수색 前·後 증거 인멸 지시

입력 2015-05-12 02:47
지난 3월 18일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기 1시간30분 전인 오전 6시35분 이용기(43) 당시 경남기업 부장은 성완종 전 회장의 여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한다. 일찍 출근해 회장 사무실에 있는 각종 자료를 숨기라’고 지시했다. 19분 뒤에는 박준호(49) 당시 상무가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으로 독촉했다.

여비서는 인사팀 직원 1명을 불러 급히 서류를 정리했다. 회장 경영활동 일정표, 자금 관련 자료, 회장에게 올린 보고와 지시 사항이 담긴 파일 등을 서둘러 종이박스에 담았다. 경남기업 2층 홍보팀 창고에 숨겨졌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숨길 게 많았다. 성 전 회장은 그날 오후 10시 주요 간부를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검찰에서 조사받는 직원들이 어떻게 조사를 받았는지 정리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후 대책회의는 회사 사무실, 성 전 회장의 자택에서 수시로 열렸다. 수사 상황이 공유됐고 추가 압수수색 대비책이 세워졌다.

지난 3월 25일의 증거인멸은 대책회의 결과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그 전날 오후 10시쯤 직접 이 부장에게 ‘2차 압수수색을 대비해 물건을 정리하라’고 했다. 25일 오후 4시에는 회사의 주요 간부 전원에게 ‘검찰 추가 압수수색이 예정돼 있다’는 정보도 건넸다. 이에 박 전 상무는 다이어리와 비서실 관리비 지출내역 등이 담긴 쇼핑백 3개를 부하 직원에게 건네고 은닉을 지시했다. 부하직원은 이를 회사 옆 웨딩홀 지하에 주차된 자신의 차에 숨겼다. 20분 뒤 박 전 상무의 지시로 경남기업 건물의 CCTV 전원도 차단됐다. 상당한 분량의 회사 회계자료가 지하 1층 창고로 옮겨진 뒤 파쇄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인멸·은닉 자료에 회삿돈 횡령, 정치권 로비 의혹 등을 밝혀줄 중요 정보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쇼핑백 등 일부 빼돌린 자료를 찾아내긴 했지만 기대했던 ‘로비 장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11일 전해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