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요구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를 명시하지 않기로 사실상 당론을 정했다. 당내 분열을 추스르고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후(後) 국민연금 논의’라는 원칙을 천명한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자리였다. 회의를 주재한 김무성 대표는 “야당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지 말고 지난 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문을 존중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언급한 ‘5·2합의문’에는 50%라는 수치가 없다. ‘여야는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존중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한다’고만 돼 있다. 이 합의문을 향후 협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되 운영 규칙에 어떤 식으로든 수치를 못 박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협상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친박(친박근혜)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도 “공무원연금 여야 합의안이 100% 잘된 것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이건 존중해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좋다”고 가세했다.
외견상으로는 당청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 논의는 별개의 문제이고, 국민연금 개편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강경 원칙론이 대야(對野)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은 본질적으로 청와대 주장과 다를 게 없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만의 의견일 뿐 당론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12일 본회의 처리 안건을 조율하면서 또 한번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명시된 3개 법안(소득세법, 지방재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결된 60여개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했지만 새정치연합은 3개 법안과 일본 정부 규탄 결의안 등 총 5개 안건만 다루겠다고 맞섰다. 지난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100여개 민생법안을 처리 못한 여야가 기껏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놓고 또 다시 정쟁만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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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2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