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좌장이냐 야권 대표냐”… 김한길, 문재인 향해 직격탄

입력 2015-05-12 02:51
‘공갈’ 막말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의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문재인이 친노(친노무현) 수장이다’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대표하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를 향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라”며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했다. 친노·비노 진영의 공방은 이날도 계속됐다.

◇文, 대국민 사과했지만 논란 계속=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8일 벌어진 ‘공갈 발언’ 파문과 관련해 “국민과 당원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렸다. 당을 대표해 특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친노 패권주의라는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는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과 ‘공갈’ 발언의 당사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불참, ‘반쪽 최고위’가 됐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사퇴를 선언한 뒤 지역구인 여수에 칩거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여수를 찾았지만 주 최고위원을 만나지는 못했고, 전화로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후 “사과 표명과 사퇴 철회는 별개 문제다. 사퇴 철회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앞서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며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문 대표는 이날 별도의 당 혁신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강조해온 ‘유능한 경제정당’, 공천혁신, 네트워크 정당, 지역분권 정당을 재차 강조했다. 당 일각의 ‘사퇴론’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개인 성명을 내고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해행위’ VS ‘친노패권족’…거칠어지는 공방=새정치연합이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가 되면서 친노·비노 간의 설전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인사인 노영민 의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며 “자기가 해야 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주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문 대표 측 ‘비선논란’의 당사자인 노 의원이 주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노 의원이 문 대표와 입을 맞춘 것처럼 ‘최고위원직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말하는데, ‘비선은 없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비노 진영의 조경태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해서 셀프재신임을 얻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당내 계속된 분열은 친노패권주의 때문”이라며 “국민을 위해서라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친노패권족들은 2선 후퇴하라”고 비난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YTN라디오에서 “친노의 절반 이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운동권적 계파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싸가지가 없고, 무질서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는 정청래식 정치에 대해 당의 자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