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에 흔들린 우정… 냉랭해진 미국과 사우디

입력 2015-05-12 02:52
지난 60여년간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가장 든든한 우방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 불참할 뜻을 밝히며 최근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문제를 다루는 미국 방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0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방송 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는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을 인용해 살만 국왕이 13일부터 이틀간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오바마 대통령의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 초청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 왕세자 겸 내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모하마드 빈살만 부왕세자 겸 국방장관과 함께 참석한다.

알주베이르 외교장관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멘의 5일간 휴전과 일정이 겹쳐 살만 국왕의 참석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자회동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단독 접견 일정까지 잡혀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불참을 선언한 것은 단순한 거절 이상의 강한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이 초청된 이번 회담에서는 이란 핵협상 등 이란 문제와 예멘 사태, 시리아 내전 등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우디 국왕 외에 오만과 UAE, 바레인 정상도 건강상 이유 등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쿠웨이트 카타르 등 2개국 정상만 참석하는 반쪽짜리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 8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의제를 조율할 당시만 해도 별다른 내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수니파 걸프국가들의 중심인 사우디는 이란이 예멘에서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가는 데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양측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이번 결정에는 최근 이란과 관계를 재정립 중인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음을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