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阿 미군기지 코앞에 군사기지 추진… 아프리카로 군사력 확장

입력 2015-05-12 02:54

중국이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부티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미군이 해외기지를 두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 됐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세를 확대하며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스마일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과 군사기지 설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지부티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군사기지 설치 협상이 진행 중인 곳은 지부티 북부 항구도시 오보크다.

지부티는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의 해상 관문으로 홍해 및 아덴만과 접하고 있다. 예멘과는 바닷길로 불과 30㎞ 거리로 중동과 아주 가깝다. 미국은 지부티에 캠프 르모니에 기지를 두고 4000여명의 대테러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특히 무인기 부대를 운영하며 필요시 인근 소말리아나 예멘의 무장 세력을 대상으로 공습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은 르모니에 기지 사용기한을 10년 연장하며 매년 3800만 달러(약 415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지부티에 중국의 군사기지도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아프리카 한 지역에서 미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부티에는 옛 식민지 점령국이었던 프랑스도 군사기지를 운영 중이다. 일본도 지부티에 있는 자위대 거점의 군사기지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과 지부티는 지난해 2월 중국 해군의 지부티항 사용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협상을 주도한 사람은 창안취안 국방부장이다. 당시 미국이 상당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지부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은 철도, 도로, 비행장 등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90억 달러(약 9조78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독주를 겨냥하는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독자적인 에너지수송노선 확보 전략으로 불리는 ‘진주 목걸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지난 4월 수입한 원유가 하루 740만 배럴로 미국의 720만 배럴을 추월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경제성장 속도 둔화에도 꾸준히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는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해외 원유에 대한 의존을 상당히 줄여나가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4월에 급증한 것은 이란산 원유의 도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FT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떠오르면서 국제유가 형성은 물론 중동 산유국들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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