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이래서 반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찬반 논란 재점화… 정치권과 무관 중립성 보장

입력 2015-05-13 02:01
김재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3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상실한다. 이 경우 공정택(2009년) 곽노현(2012년) 전 교육감에 이어 중도 퇴진하는 세 번째 서울시교육감이 된다.

조 교육감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내세우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교육감 선출방식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해 8월 교육감 직선제 위헌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방교육자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직선제 폐지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직선제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교육의 자율적 영역을 구축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핫이슈로 떠오른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관한 찬반양론을 교총과 전교조로부터 들어본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이래서 반대-김재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교육감 직선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 교총과 새누리당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과도한 판결이 나오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직선제 폐지 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육의 ‘중립성’ ‘안정성’ ‘전문성’ 등을 들어 직선제에 유죄판결을 내리려 한다.

대표적 논거로서 교육감 선거를 ‘정치적’이라고 규정한다. 선거는 정치이며, 정치는 교육적이지 않다는 단순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정치권 외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상식이자 생활로서 존재한다. 다수의 판단이 독선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는, 뭇사람들에 대한 신뢰에 바탕한 합리성의 장치인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정당 추천이 없으므로 기성 정치권과 무관한 선거로, 정치권 욕망에 교육이 좌우됨을 차단하고 교육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민주적 과정이다. 교육에서 ‘보수’와 ‘진보’란 정치권의 그것과 달리 현실 교육에 대한 입장을 반영한 추상적 개념이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중립성 내지 자율성을 보장하는 편에 서게 된다.

한국교육은 정치권에 이용당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순응하고 일조했던 보수 교육계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안으로 임명제를 내세운다. 전국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던 관료제 교육감 시절로 돌아가 정치권력에 아첨하며 교육을 농단하던 과거의 기득권을 다시 누리려는 것일까.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 역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협소한 관점에 따른 것이다. 소위 교육 선진국에서는 굳이 헌법 정신을 운위하지 않아도 교육의 자율적 영역 보장이 상식으로 돼 있다. 우리 경우처럼 정치권이 실적주의나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교육제도를 조삼모사로 흔들거나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지 않는다. 교육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교육 문제는 교육 논리로 풀어간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지방교육자치 시대라고 하지만 교육부는 변하지 않았다. 교육감 권한을 침해하고 직무이행명령을 일삼으며 인사·예산·정책상의 과도한 권한 행사로 시·도교육청을 길들인다. 그래서 전교조 등 진보적 교육계는 정치적 중립지대에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해 왔다. 독일에서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요구가 기존의 철저한 지방교육자치 체제에 통합성을 보완하려는 필요에서 비롯됐다면 우리 경우는 거꾸로 중앙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을 위한 방안이다. 교육 안정성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직선제를 흔들 게 아니라,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당정치로부터 자율적인 교육감 직선제와 조화시키자고 제안해야 옳다.

직선제를 유지하되 세 가지 정도 보완하면 좋을 것이다. 막대한 선거 자금을 개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선거공영제를 도입하고, 교육감 선거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초·중등교육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직교사도 현직교수와 마찬가지로 퇴직 없이 입후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나 교육의 ‘전문성’ 활용에서 중요하다.

교총은 2000년대 초 교육감 직선제를 요구했고 2007년 부산에서 첫 직선이 실시될 때 환영 성명을 냈으며 ‘교육장’ 직선제로 확대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그런데 2010년 진보교육감 6명 탄생 후 태도가 바뀌더니 지난해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자 성명을 내 직선제 폐지 추진을 선언했으며, 최근 확정되지도 않은 서울시교육감 판결을 기회 삼아 새누리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 태도의 배후에 도사린 정치적 의도가 우려스럽다. 민주성과 다양성보다는 관료성과 획일성을 선호하는 세력의 직선제 흔들기를 경계해야 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 중심, 성적이 아닌 인간 중심의 교육철학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