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재판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달 3일 톈진시 인민검찰원 제1분원이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에 저우융캉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재판이 임박했다는 예고였다.
SCMP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당초 4월 말 재판이 시작되기로 돼 있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연기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우융캉이 기존 자백 내용을 철회하고 저항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저우융캉이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느꼈다면, 무사할 것으로 보였던 다른 관리를 연루시키기 위해 자신의 진술을 철회했을 수 있다”며 “‘내가 죽으면 너희도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버틸 경우 공개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사법·공안기관의 수장을 지내며 형사재판 체계와 각종 국가 기밀을 꿰뚫고 있는 저우융캉이 버티기로 한 이유일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전직 지도자들의 공개 활동도 부쩍 늘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지난 6∼7일 청더시 싱룽현 류다오허 중학교에서 지리, 날씨와 기후 등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원 전 총리는 2012년 뉴욕타임스(NYT)의 ‘부정 축재’ 의혹 보도 이후 반부패 사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최근 쓰촨성 원촨 대지진 7주년을 앞두고 피해 현장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후 전 주석은 지난달 24일 모교인 칭화대에서 열린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에도 부인 류융칭 여사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전직 지도자들의 잇따른 공개 행보는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현 지도부를 향해 일종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이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에 저항하고 있다는 보도도 중화권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중화권 잡지 ‘명경’ 5월호는 원로들의 방해로 시 주석의 ‘큰 호랑이(부패 고위관료)’ 사냥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과 측근 왕치산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장 전 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 등 원로들이 함께 저지에 나서자 큰 호랑이 사냥을 멈추고 상무위원급 간부의 가족에 대한 조사도 중단했다는 것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정치 원로들 저항 부딪쳤나… 시진핑 부패사냥 ‘이상기류’
입력 2015-05-12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