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족 소통을 부탁해!… 꼭 우리집 이야기 같은 예능 전성시대

입력 2015-05-13 02:33
최근 '착한 예능'이라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족 예능 프로그램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아빠를 부탁해', JTBC의 '엄마가 보고 있다'의 한 장면. 각 방송사 제공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TV는 그 어느 때보다 가족 이야기로 풍성하다. 다큐멘터리와 예능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가족의 참 의미와 소통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삐끗거리고 해체되고 있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키워드는 ‘소통’=“아빠의 스타일이 옳았는지 고민하게 됐어. 아빠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으면 말해 줘…” “아빠가 소리 질렀던 거 많이 서운했어?”

SBS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4시50분 방송되는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의 장면들이다. 50대 아버지와 20대 딸의 일상을 담는다는 취지로 제작되는 이 프로그램은 무뚝뚝해 보이는 배우 강석우, 조민기, 조재현과 개그맨 이경규가 딸들과 같이 출연해 서로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재현은 딸 혜정씨와 한강공원으로 소풍을 가고 이경규는 딸 예림씨와 네일아트 샵에 가서 손톱정리를 하면서 가깝고도 먼 부녀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12일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모와 자식간 소통 문제를 담으려 했다”며 “가족 문제의 ‘이유’와 ‘상황’을 좀더 깊게 다루려 한다”고 설명했다.

SBS가 토요일 오후 8시45분 방송중인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일반인 가족 이야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초·중·고 학생과 부모 간에 벌어진 갈등 및 고민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낱낱이 보여주고, 패널과 방청객들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지난 9일 방송에서는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고교 2학년 딸과 딸의 성공을 위해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엄마가 등장했다. 차분한 진행 능력을 자랑하는 개그맨 유재석과 독설을 일삼는 김구라가 진행을 맡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슷한 형식으로 매주 토요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되는 ‘엄마가 보고 있다’는 엄마가 자녀의 24시간을 CCTV로 지켜보면서 자녀의 삶과 행동을 이해하는 모습을 그린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38세 취업준비생 아들의 삶을 바라보는 엄마는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리얼리티 홍수 속 내밀화 된 TV=스타 가족이 등장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가족의 탄생’·SBS ‘오 마이 베이비’·MBC ‘아빠 어디가’), 사위와 장모가 친해지는 모습(SBS ‘자기야 백년손님’)을 담는 등 그동안 행태와 달리 가족간 소통에 집중하는 이들 프로그램을 두고 시청자들은 ‘착한 예능’이라 평가한다. 가족 공동체가 가진 가치와 삶에서의 의미, 소통 부재를 다시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경우 첫 회 시청률 4.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에서 시작해 회차를 거듭할수록 1% 이상 시청률이 오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프로그램 관련 게시판에는 “일상에 있을법한 이야기여서 공감이 간다”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등의 칭찬 글도 다수 올라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 형식으로 예능 트렌드가 바뀌어가면서 실제 가족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소재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무너져가는 가족 관계를 통해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해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