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개혁 논란] ILO ‘실질 소득대체율 45%’ 권고… 한국은 아직 미흡

입력 2015-05-12 02:47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심각한 나라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정도는 미미하다. 노후는 불안정한데 국민연금은 2060년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 정부가 ‘노후 보장’ 대신 ‘재정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데도 이렇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면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의 공적연금은 ‘재정 위기’와 ‘노후보장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공적연금 ‘실질 소득대체율 40% 이상’ 권고하는데=안정된 노후를 위해 필요한 적정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국제노동기구(ILO)는 45%를 권한다. 선진국에서는 55%까지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토대로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소득대체율은 40%다. 40%는 가장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 40%를 향해 가고 있다. 다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40%는 40년간 가입한 경우에만 달성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노동환경 탓에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18∼23% 수준이다.

공적연금의 역사가 긴 유럽은 명목 소득대체율, 실질 소득대체율 모두 높다. OECD의 2013년 자료를 보면 네덜란드의 명목 소득대체율은 90.7%, 오스트리아는 76.6%, 스페인은 73.9%에 이른다. 우리는 고작 39.6%다. 중간 소득자(연평균 3850만원을 버는 사람)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다. 유럽 국가 중에 명목 소득대체율이 낮은 편인 독일도 42.0%나 된다.

실질 소득대체율은 더 심각하다. 룩셈부르크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79.0%, 영국은 50.0%, 독일은 47.0%에 이른다. 반면 국민연금은 18∼23% 수준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 기준으로 잡다보니 실질 소득대체율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기간은 10∼17년에 그친다.

소득대체율이 높은 나라들은 보험료율도 높다. 룩셈부르크는 16.0%, 네덜란드는 17.9%, 독일은 19.6%, 스페인은 28.3%, 오스트리아는 22.8%에 달한다.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높은 보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1999년부터 줄곧 9.0%다.

◇‘기금고갈’ 위기론에 노후 보장성 약화=국민연금은 20년 가까이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하면서 압박이 심해졌다. 장기재정추계 결과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2060년 기금이 바닥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4년 더 앞당겨진다.

정부는 공적연금의 재정 압박이 미래세대 부담을 키우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고 본다. 공무원연금이 1993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면서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을 쏟아 붓게 되자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문제를 한층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보장성 강화를 챙기지 않으면 심각한 노인빈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1인 최저생계비보다도 못한 50만원 남짓으로는 ‘용돈연금’밖에 안 된다”며 “공적연금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1%(OECD 2013년 조사)다. OECD 34개국 중 압도적 1위다. OECD는 연금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인빈곤의 원인을 ‘공적연금 미성숙’에서 찾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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