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수’ 여부를 놓고 검찰과 홍 지사가 말하는 사실관계는 육하원칙 모든 영역에서 맞부딪힌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면서도 향후 법정 다툼을 고려한 듯 판단 근거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검찰이 브로커 농간에 놀아났다”며 일시·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짜깁기 수사’라고 비난했다. 기소에 무리가 없다는 수사팀은 허허실실(虛虛實實), 인생을 걸고 결백을 주장하는 홍 지사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자세다.
①윤승모씨가=수사팀은 ‘1억원 전달자’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중요 참고인이라고 한다. 10여 차례 소환해 금품 전달의 상세 정황을 파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윤씨 조사는 언론과 주변에 이야기한 수준보다 견고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윤씨를 정치브로커라 부른다. 그가 말을 지어내고 있고, 수사팀이 그 진술을 혐의에 맞게 조정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씨가 전달자로 떠오른 직후 홍 지사는 “윤씨는 내 측근이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측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②2011년 6월에=수사팀은 금품 전달 시기를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 전후로 특정했다. “중요 참고인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일일이 검증했다”고 강조한다. 홍 지사의 경선기탁금 1억2000만원 지출 시기가 그해 6월 23일인 점도 주목하고 있다.
홍 지사는 2011년에 윤씨를 만난 건 11월 2일 단 한 번이라며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윤씨가 말을 못 바꾸도록 날짜가 특정되면 즉시 자신의 일정표를 제출해 알리바이를 대겠다는 입장이다. 홍 지사는 “선거를 앞둔 일정표는 변경할 수 없다”며 그 진실성을 역설했다.
③707호 홍준표 의원실에서=수사팀은 금품 전달 장소에 대해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건 아니다”며 윤씨가 홍준표 의원실에 직접 들렀음을 시사했다. “특정 장소의 사진까지 수집했다. 객관적 동선은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 지사는 수사팀이 조사 때 장소도 묻지 못했다며 여전히 진술 조정을 의심한다. 장소의 알리바이 역시 수사팀에 일정표를 제출해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의원실에서 일했던 신모 전 비서관이 진술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④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수사팀은 윤씨가 쇼핑백을 지참해 의원회관을 방문했다고 본다. 윤씨 진술에 대해 “수사팀의 잠정 결론과 같다”고 했다. 홍 지사 소환 직전에는 은행을 찾아 쇼핑백에 현금 1억원이 들어가는지 검증했다.
“윤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홍 지사는 쇼핑백을 언급하지 않는다. 의혹이 불거진 뒤 한결같이 윤씨의 배달사고를 주장해 왔다. 지난달 30일 수사팀에 배달사고 판단과 관련한 진술서도 제출했다.
⑤홍 지사에게 건네, 나 본부장이 챙겼다=수사팀은 궁극적으로 1억원이 홍 지사에게 건네졌고,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이를 챙겨 나갔다고 본다. 나 본부장을 ‘중요 참고인’이라며 소환했고, 뒤이어 “잠정적 확신이 들었다”면서 홍 지사를 불렀다.
홍 지사는 부정한 자금을 1원도 받지 않았다는 데 인생을 걸었다. 가족 모두의 재산을 추적해 달라고 수사팀에 요청했을 정도다. 나 본부장이 챙겼다는 의혹이 일자 “3자 대질을 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라고 말했다.
⑥공천헌금 목적으로=표면적인 ‘왜’는 성 전 회장의 지시지만, 깊은 ‘왜’는 미궁 속이다. 수사팀이 경남기업 은닉자료 중 성 전 회장의 2012년 총선비용 집행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자 성 전 회장이 공천헌금을 냈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수사팀도 이 돈이 공천헌금 명목은 아닌 것으로 본다. 향후 공판에서 이 돈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홍 지사는 1억원은 ‘시세상’ 공천헌금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영남권 중견의원이 자신에게 공천헌금 5억원을 제안하기에 “16대 때는 20억원을 준 걸로 안다”며 거절할 정도였다고 폭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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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2 08:24 수정 2015-05-12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