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한 농협 조합장 자리를 노리던 최모(62)씨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두 달 앞둔 지난 1월 한 흥신소를 찾았다. 흥신소 대표 이모(53)씨에게 경쟁후보인 임모(64)씨의 ‘흠집’을 포착해 달라고 의뢰했다. 조합원에게 금품을 주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장면을 잡아내 달라는 것이었다.
착수금으로 600만원을 받은 이씨는 보름간 임씨의 뒤를 캤다. 위치추적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임씨 차량의 앞 범퍼에 숨겨 움직임을 파악했다.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안경을 쓰고 임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기도 했다. 임씨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PC방에서 조합원을 만나는 모습 등이 모두 녹화됐다. 최씨는 미행에 참고할 수 있도록 조합원 1197명의 명단 파일을 이씨에게 넘겼다.
최씨의 ‘은밀한 작업’은 누군가 미행한다고 느낀 임씨가 정비소에 차량 점검을 맡기면서 들통이 났다. 정비소에서 범퍼에 숨겨진 위치추적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임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씨와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조합장 선거에서 최씨의 불법 행위를 도운 혐의로 조합 비상임이사 남모(65)씨 등 3명도 함께 입건됐다.
이씨는 29차례 임씨의 위치 정보 등을 최씨에게 제공했지만, 막상 임씨를 낙선시키는 데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최씨는 부정한 정보 없이도 조합장에 당선됐지만 ‘괜한 짓’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서 이런 일도… 위치추적기에 안경 캠코더까지 흥신소 동원 경쟁후보 흠집 찾기
입력 2015-05-12 02:45